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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기차와 소래포구 꼬마기차와 소래포구 갯내음을 가득 머금은 바람이 먼저 반기는 곳, 인천 소래포구역에 도착하면 바다향이 마중 나온다. 바다에서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소래포구역에는 주말이면 삼삼오오 모여 나들이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들뜬 얼굴로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해산물과 젓갈을 사기 위해 오신 어르신들까지 소래포구를 찾아온 이들은 다양하다. 소래포구는 1933년 소래염전이 들어서고, 1937년 국내 유일의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이 개통됨에 따라 발전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어업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소래포구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소래포구에서 수원, 월곶, 송도 등 다른 지역으로 소금을 옮기고 주민들의 왕래를 도왔던 협궤열차는 버스보다 좁은 2m 남짓의 폭 때문에 꼬마기차라고 불렸.. 2016. 11. 21.
청춘, 그대가 가는 길 청춘, 그대가 가는 길 우리 집 막내의 수능시험장 수험생들을 들여보낸 학부모들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2016년 11월 17일,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 날은 우리 집 막내가 1년 동안 달려온 대한민국 ‘고3’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수능 날 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어색했다. 동생의 수능시험장은 다행히 집 바로 앞의 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 동생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교 앞에 다다르자 수능시험 날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지만 그 수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새파란 긴장감이 운동장을 감싸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오겠노라고 말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막내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복잡한 감.. 2016. 11. 21.
추수날 추수날 누군가는 끝이라 말한다. 동장군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계절, 한 해의 결실을 거두었으니까. 그런 벌거벗은 밭에 다시 초록이 싹튼다. 앞으로 다가올 한 해를 위해서. 그래서 또 누군가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는 세월이 머무르던 그 자리에서 미처 떠나지 못한 녀석의 끝자락을 좇는다. 함께 세월을 보내온 그녀와 나란히 서서. 수고혔어 영감, 올 해도. 그 말에, 할아버지에겐 또 한 해가 찾아온다. 글/사진 = 송인석 2016. 11. 21.
가을, 한점 쉼표가 필요할 때 가을, 한점 쉼표가 필요할 때. 한글 자음 ㅁ자처럼 생긴 5호관의 가운데 공간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우리는 그 곳을 센트럴 파크라고 부른다. 내가 이곳을 이용하는 경우는 동아리 방이 있는 나빌레관에 갈 때 뿐인데, 센트럴파크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것이 5호관을 가장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찍던 날도 나빌레관에 가기 위해 앞만 보고 바쁘게 걷고 있었다. 그때, 구름에 가려졌던 해가 드러났다. 색이 바랜 나뭇잎들이 일순간 모습을 바꾸고 빛을 냈다. 움직이기 바빴던 발이 저절로 멈추었다. 더위가 가시면서 가을이 온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제서야 나는 사방에서 풍겨오는 마른 낙엽의 냄새가 맡을 수 있었다. 그제야, 온몸으로 가을이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머리 .. 2016.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