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98 조선상업은행과 은행나무거리 1920년 벽돌조 2층 건물 신축·1989년 철거 이후 26여년간 '동인천등기소' 자리 50~60년대 다국적군 몰려들던 거리엔 은행잎만 덩그러니 '금관의 장식' 같은 은행잎들이 겨울바람을 타고 일제히 흔들린다. 은행잎처럼 노란 트럭이 인도에 바짝 붙은 채 천천히 지나간다. 화살표경고등을 켠 트럭은 바닥에 입을 댄 채 차도에 쌓인 은행잎들을 집어삼킨다. 하버파크호텔과 인천아트플랫폼 사이 6차선 '제물량로'는 지금 샛노란 은행잎들이 만추의 절정을 노래하는 중이다. 제물량로 중간 쯤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벽돌색 타일로 마감한 건물 외벽에 걸린 플래카드가 차가운 바람을 맞아 펄럭거린다. '인천지방법원 등기국 개청에 따라 2016.3.1부터 동인천등기소 및 주차장을 폐쇄합니다. 인천지방법원'. 건물입구는 .. 2016. 11. 20. 나에게도 길이 필요한 하루 나에게도 길이 필요한 하루 가을을 채 즐기기 전에 벌써 가을의 끝이 보인다. 쏟아지는 과제와 공부 그리고 빡빡한 아르바이트 일정까지 지치는 하루들을 보내다가 문득 학교 내의 방향표를 보니 기분이 울적해진다. 학교에 들어온 차는 일방통행과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학교에서 나간다. 학교에 들어온 나는 무엇을 보며 길을 찾아 학교에서 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학교에 발을 딛었을 때에 나에게는 일방통행과 화살표가 필요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스무살의 자유에 흠뻑 젖었고, 싱그러운 청춘의 삶에 녹아들었다. 그것이 마치 내 삶의 방향과도 같았다. 그러다가 이제 스무살의 자유와 청춘의 삶을 등지고 학교를 나가려고 하니 앞이 어두워 막막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화살표를 .. 2016. 11. 20.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흘러간 시간이 곳곳에 묻어있는 황성, 왕들의 묘가 모셔진 곳이다. 전쟁의 흔적들은 지울 수 없지만, 이 곳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얼까? 이제 베트남에 황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 곳을 찾는다. 매일 시든 꽃을 새로 갈고, 신선한 과일과 향기로운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한다. 정성껏 꾸민 제삿상 앞에서 자신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터전의 안녕과 삶의 화복을 읊조린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조이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자신들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이 장소가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사람들의 믿음이 차곡차곡 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성군(聖君)의 영혼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고있자면, 한 나라를 .. 2016. 11. 19. 행복을 연구하는 카페 감나무 가지 사이로 코발트 블루의 겨울 하늘이 모자이크로 무늬졌다. 겨울바람이 스치울 때마다 바짝 마른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샘물같은 바람의 감촉과 겨울 새들의 지저귐. 인천시 중구 신포로 35번 54 '동국빌리지' 앞길로 겨울이 찾아들었다. 키가 큰 감나무들과 일렬로 주차한 승용차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국빌리지 뒷 편으로 '제일교회' 십자가가 높이 솟아 있다. 동국빌리지가 들어선 자리엔 '우리탕'(吳禮堂)이란 이름을 가진 대저택이 있었다. 우리탕은 개항기 인천해관의 역관이었다. 청국(중국)외교관 출신의 우리탕은 1909년 이 자리에 으리으리한 주택을 세운다. 스페인여자인 부인의 간청 때문이었다. 까만 오석을 다듬은 슬레이트 지붕과 대추색 벽돌로 외벽을 쌓아올린 건물이었다... 2016. 11. 15.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