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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언론 '대중일보'를 기리며 유신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3년 8월 31일 오후 11시30분 인하공사(중앙정보부 인천분실) 지하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눅눅한 습기와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다. 딸깍 소리와 함께 백열등에 불이 켜졌다. 칠순 노인과 중장년의 사내가 입을 꾹 다문 채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노인은 당시 인천의 대표 신문이었던 '경기매일신문' 송수안 발행인이었고, 중장년의 사내는 김형희 편집국장이었다. 밖에서부터 군화소리가 점점 가깝게 다가오더니 쾅 하고 문이 열리면서 몇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험악한 인상의 군인들이었다. "빨리 찍어!" 중앙정보부 요원들로 보이는 군복 차림의 사내들이 서류를 디밀었다. '3사 통합에 찬성하며 9월1일부터는 경기매일신문을 발행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다. 송 발행인.. 2014. 9. 21.
어느 중견 기자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세상의 많은 부분이 잘못돼 있으며, 자신이 그걸 개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자본가보다는 노동자의 편에, 권력자보다는 힘 없는 서민의 편에 서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자가 된 이유도 잘못된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며 노동자와 농민, 서민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어서였지요. 그는 발로 뛰는 기자이고 싶었고, 어느 정도 실천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부에서 시작해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그는 신문사의 여러 부서를 거치며 기자의 관록을 쌓아 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의 몸도 마음도 강물처럼 흘러왔습니다. 절벽에서 방금 떼어낸 날카로운 원석 같던 성격은 .. 2014. 9. 21.
칸영화제와 인천AG 수백만 볼트의 햇살이 드리워진 코발트 블루의 지중해. 레드카펫 위를 도도히 걸어가는 세계적 톱스타들. 영화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칸영화제' 취재를 간 때는 지난 2003년(56회), 2004년(57회)이었다. '엘리펀트'란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56회 영화제에서, 취재는 사실 뒷전이었다. 비현실적인 칸의 풍광에 취하고 스크린에서만 보던 배우들에 반해 정신줄을 놓은 채 2주를 보냈다. 57회 영화제는 달랐다. 한 차례 경험도 있거니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일용할 양식'(기사소스)이 넘쳐났던 것이다. 검푸른 지중해 밤하늘 아래서 박 감독 가족과 해물 요리를 먹던 일, 인천 출신 배우 강혜정과 인천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매니저 포즈를 취하면서 배우 최민식과 사진을 찍.. 2014.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