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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13

가야할 30년을 바라보며 ▲인천일보 창간호(출처 인천일보) "기자가 돼서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조금은 당찬, 조금은 이상적인 의지를 품고 인천일보 공채 3기로 입사한 때가 1994년 가을이었다. 인천일보 공채2기 시험에 떨어진 뒤 재수 끝에 입사한 터라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매일 파출소(지구대)와 병원응급실, 경찰서를 돌며 사건을 체크하는 '사쓰마와리'(察廻, 야간시찰)를 하는 사회부 막내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세상을 향한 더듬이를 마음껏 뻗칠 수 있는 기자직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미 있었다. 집회가 열리면 시위대처럼 군중 속에 파묻혀 현장을 누볐고,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사건이 터지면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비리를 취재하다가 협박과 함께 신분증을 빼앗긴 적도 있고,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 2018. 9. 4.
이 아침, 종이신문과 차 한 잔  찻 잔 위로 안개가 피어오른다. 맑고 따뜻한 영혼 같은 향이 콧속으로 들어온다. 찻잔 옆에 신문이 반듯하게 놓여 있다. 오늘은 어떤 의제가 올라왔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가. 요즘 트렌드는…. 황금비율로 접혀진 신문을 1면부터 펼쳐보기 시작한다. 좋은 정보나 글귀를 메모하면서 끝까지 읽고 나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잘 차린 아침정식을 먹은 것 같은 지적 포만감이다. 신문기자라서가 아니다. 종이신문만큼 좋은 게 없다. 종이신문엔 뉴스생산 전문가인 수십, 수백 명의 기자들이 밤낮으로 발품을 팔아 신중하게 선별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들에게 허락된 출입처를 통해 검증한 최고급정보들이다. 기자들이 하루동안 다섯 개의 아이템을 취재했다면 그 가운데 신문에 실리.. 2018. 1. 24.
사라진 인천의 언론 대중일보 꽃샘추위가 스쳐 지나간 봄날의 신포동 하늘이 해맑다. 이런 날은 평소 카키빛을 띠는 인천 앞바다의 빛깔도 짙푸르게 반짝일 것이다. 인천의 오래된 양식당인 '등대경양식'은 누옥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옆으로 외항선원들이 드나드는 '시멘스클럽'이 붙어 있다. 클럽을 등지고 신포동 쪽을 바라보는데 건너편으로 삐죽하게 솟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평면으로 볼 때 정사각형이 아닌 마름모꼴 형태를 한 이 건물은 한눈에 봐도 요즘 스타일은 아니다. 1층에 '초록달팽이', '수미포차'란 주점이 있고 2층은 'AND 7080' 노래방, 3층은 '천지전통마사지24'란 간판을 내건 이 건물의 주소는 중앙동 4가 8의 33. 이 조금은 오래돼 보이는 7층 건물이 반 세기 전 집단지성 생산과 사회개선 열정으로 가득찬 '.. 2017. 3. 27.
영국영사관과 파라다이스호텔인천 투명한 겨울. 간밤에 불어온 북서풍이 인천의 겨울하늘을 말끔히 씻어냈다. 월미도 앞은 거대한 기중기 몇 개가 골리앗처럼 서 있다. '가가호호 화재예방 하하호호 행복쉼터'. 에메랄드 홀 입구 위에 걸린 플래카드가 웃는 것처럼 펄럭거린다. 금빛테두리를 한 회전문을 열고 들어간다. '신포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발표회 2층 다이아몬드홀'. '한국GM승진자 교육세미나 8층 토파즈홀'. 호텔로비 안내판이 오늘의 행사를 알려준다. 호텔엔 벌써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사슴과 크리스마스 트리가 별처럼 반짝인다.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57(항동1가). '파라다이스호텔인천'은 연말 고객을 맞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특1급호텔'답게 시설을 정비하고 외벽까지 산뜻하게 단장을 했다. 깨끗하고 아늑한 객실, 따듯한 행사장. 50년 .. 2016.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