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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4

<굿모닝인천> 칼럼 인천의 아침 그리울 때면 그 곳으로 갔다. 사람인지 계절인지, 아니면 도달하고 싶은 이상향인지, 형체가 불분명한 그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오면 발걸음을 옮겼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만큼 행복한 순간에도 찾아갔고,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 뒤엔 정해진 코스처럼 들리기도 했다. ‘투-둑, 지지-직’ 먼지 튀는 소리가 섞인 LP판 음악과 하얀 거품이 얹혀진 맥주, 다크브라운의 실내가 전부였지만 문 하나를 경계로 카페 안팎은 마치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선명하게 구분돼 있었다. 고단한 세상으로부터의 해방. ‘흐르는물’이란 이름처럼, 그 곳엔 늘 강물처럼 음악이 흘렀고 밤하늘에 흩뿌려진 은하수의 별들만큼이나 무수한 사연들이 밤늦도록 오고 갔다. 가로수 나뭇잎들이 황갈색으로 변해가던 지난 10월 중순, 신포동의 음악클럽 ‘흐르는.. 2018. 11. 2.
아트센터 인천, 클래식 공연만? 예스터데이(Yesterday).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음악. 1965년 발표한 비틀즈의 노래에 클래식음악을 접목한 사람은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비틀즈가 세계적 밴드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조력자였다. "둥 둥 둥 둥, 예스터데이…" 이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연주와 폴 매카트니의 담백한 목소리로 시작된다. '현악4중주'가 들어오는 건 "써든리(Suddenly)…"로 시작하는 2절 부터다. 바이올린, 비올라 등 현악기의 음색은 사랑했던 연인과의 지난 날을 그리워하는 애잔한 심정을 잘 드러낸다. 그 어떤 미사여구나 묘사라도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선율. 음악만이 가진 힘이다.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 인식됐던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의 '최초 결합'은 대성공을 거둔다. 일부 편.. 2018. 1. 11.
이 곳에 가 보셨나요? 아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 곳은 양평의 한 미술관 겸 카페이다. 한때 '한국의 비틀즈'라고 불렸던 키보이스의 리더 김홍탁 선생이 인터뷰 장소로 데려가서 알게 됐다. 2 년 전 여름이었던가. 김 선생과 나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역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역사처럼 강물은 도도하게 흘렀고, 우리의 이야기도 카키빛 강물처럼 깊게 흘러갔다. 이후 나는 가족과 함께 종종 이 곳을 찾는다. 이 곳에서 딸아이와 '나 잡아 봐~아라'도 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원두커피도 마신다. 요즘 같은 겨울엔 눈이 녹지 않은 야외 미술관을 산책하기도 한다.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도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나는 주로 입장권 겸 음료권을 사서 음료만 마시고 밥은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낙.. 2017. 2. 24.
인천에 국립음악박물관 유치를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리던 날이다. 차 라디오에서 노래 '아침이슬'이 흘러 나왔다. 양희은이 아닌 김민기의 목소리였다. 단전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깊은 내면의 소리였다. "투-둑, 투두둑" 차창을 치는 빗소리가 효과음처럼 앙상블을 이뤘다. 문득 30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새내기. MT에서 노래를 시키자 수줍은 미소로 얼굴이 빨개졌던 소녀. 큰 목소리로 '아침이슬'을 부르던, 고등학생의 젓살이 채 빠지지 않았던 그 소녀의 통통하고 하얀 얼굴이 떠올랐다. 연두빛 이파리 같은 첫 사랑의 추억이었다. 영화의 다음 장면처럼, 최루탄과 전투경찰들이 난무하던 거리가 이어 등장했다. 80년대 중반 바보 같던 내 '젊은 날의 초상'까지도. 단지 '아침이슬'을 들었을 뿐인데…. .. 2016.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