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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청춘, 그대가 가는 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21.



청춘, 그대가 가는 길



우리 집 막내의 수능시험장  수험생들을 들여보낸 학부모들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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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17, 2017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그 날은 우리 집 막내가 1년 동안 달려온 대한민국 3’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수능 날 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어색했다. 동생의 수능시험장은 다행히 집 바로 앞의 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 동생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교 앞에 다다르자 수능시험 날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지만 그 수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새파란 긴장감이 운동장을 감싸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오겠노라고 말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막내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순식간에 옛 생각으로 빨려 들어갔다. 5년 전, 내가 수능시험을 보러가던 그 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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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2017년과는 다르게 예외 없는 수능한파였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털실내화를 신은 수험생 는 정신없이 시험을 치렀었다. 글씨가 눈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친 수능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을 때의 허탈감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냥 끝난 거였다. 이렇게, 단 몇 시간 만에. 지난 1년의 시간들이. 수능이 끝나면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버킷리스트들은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졌다. 막상 자유가 주어지니 침대에만 등을 붙이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는 공부를 하는 11초가 끔찍했었다. 우리 엄마가 들으면 공부도 안 하는 게 유난이라고 등짝을 한 대 칠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냥 그랬다. 이 지겨운 시간들의 끝을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 끝은 고작 19살인 내가 겪어본 그 어떤 끄트머리보다 허무했다. 나의 고3 시절은 그렇게 어두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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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대학교 4학년이 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시는 겪기 싫었던 그 감정들을 다시 느끼고 싶다.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해 아침자습을 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업 후에 또 다시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주말에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올리고 독서실에 가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야자시간에 친구들과 떠들다 복도에서 벌을 받던 일, 석식시간에 담벼락을 넘어 떡볶이를 사먹고 돌아오던 일, 친구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들으며 문제집을 풀던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늦게 일어나도, 수업을 빼먹어도, 시험을 망쳐도 뭐라 하는 이 하나 없는 지금보다 그 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때때로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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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생각은 몇 개월 전,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수능보다 불투명해보이는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김없이 향수가 밀려온다. 자소서를 쓰지 않아도,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도 아무도 뭐라 하는 이 없지만, 나를 내버려 둘수록 나는 깊은 우울에 빠지고 만다. 넓은 바다 한 가운데에 놓인 배 안에 갇힌 나는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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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분명히 옛날 그 때처럼 허무하게 이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보란 듯이 사회로 나갈 것이다. 내가 취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생활하다보면, 미래의 나는 분명히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 할 것이다.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취업준비기간을 사무치게 떠올릴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지나간 것을 그리워한다. 지금의 힘들었던 기억은 희미해지고 즐거웠던 기억들만 남아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온 몸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모든 청춘들은 그렇다. 잘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게 지금의 청춘들이 가는 길이다. 가시밭길은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그 길을 힘겹게 밟으며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필 것이다. 그 때 뒤 돌아보면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지금 가시를 밟고 서 있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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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을 치고 돌아온 동생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동생의 청춘은 이제 시작이다.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힘든 날도 있을 것이지만, 이제 시작하는 그 청춘을 나는 응원한다. 그때는 소중한 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우리 막내가 나는 죽을 만큼 부럽다!



글, 사진 정혜진 http://hyejinjournalis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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