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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유곽과 신흥시장 "드르륵!" 셔터 올리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꾸들꾸들 말린 생선을 채반 위에 얹는 손놀림, 가게 앞으로 옷을 진열하는 동그란 등. 하루를 여는 '신흥시장'(인천 중구 도원로 13) 상인들의 얼굴에 희망의 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시장 한켠, 상점이 내놓은 종이박스를 접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뭐 찾으세요?" 시장을 기웃거리는데 한 상인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걸어온다. "전자제품 삽니다. 고장난 전자제품, 중고제품 다 삽니다." 짐칸에 중고전자제품을 잔뜩 실은 채, 천천히 지나가는 1t트럭의 스피커에서 반복적인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신흥시장의 겨울아침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신흥시장은 1961년에 8월 24일 선화동 1-49에 개설한 시장이다. 대지 3722.. 2017. 1. 25.
인천세관과 1.8부두 '인천항 제1부두' 앞길로 화물차들이 지나간다. 골리앗 같은 화물차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누워 있던 겨울바람을 일으켜 세운다. 제1부두 출입문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출입문 바로 앞으로 붉은벽돌의 창고들이 즐비하다. 세관에서 물품을 보관하는 보세창고들로 수십년은 지난 건물로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림막 뒤에 숨어 있던 벽돌창고 2개동이 모습을 드러난다. 세관 경비원은 "수인선 신포역이 들어서면서 역출구 옆에 있던 일부 창고를 뒤쪽으로 옮겼다"며 "아주 오래된 창고들은 리모델링을 해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줬다. 가림막 뒤에 숨어 있던 고색창연한 창고들은 1926년 이 자리에 세운 '인천세관'의 부속 건물들이다. 지금의 제1부두 입구 왼편에 있던 인천세관 건물은 2층 목조건물이었다. .. 2017. 1. 11.
내동벽돌집과 신포동의 트리축제 촛불의 물결로 뒤덮인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그렇지만 신포동은 여전히 '메리 크리스마스' 빛깔로 반짝인다. 신포동 금강제화 앞 5거리. 한 가운데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들이 수백만 개의 촛불처럼 빛을 발한다. 이 정겹고 아름다운 거리, 어디에선가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가 흘러나올 것만 같다. 쉰 세 살의 나이로 요절한 영국 팝가수 조지 마이클. 음악처럼, 불꽃같은 삶처럼, 그는 '라스트 크리스마스' 멜로디를 타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는 별이 되었지만, 그의 영혼은 오래도록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노래는 가수의 영혼이고, 책은 작가의 영혼이다. 모차르트와 토스토옙스키는 지금 없지만, 우린 여전히 '클라리넷 협주곡'이나 에서 그들의 영혼을 조우.. 2017. 1. 5.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 "인천사람이세요? 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취재를 다니다 보면 간혹 고향이나 출신학교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 정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때때로 자신과의 교집합을 확인해 '자기 편'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학연·지연의 카테고리를 끊지 못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가치기준은 다르겠지만 인천에서 태어난 사람, 인천에서 낳지 않았지만 인천에 사는 사람, 인천에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 등등이 모두 인천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인천사람은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건, 어디서 살고 있건, 늘 인천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2017.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