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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필요한 대한민국 이른 오후, 인천 동화마을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반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중에 우산을 챙겨온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산을 활용한 작품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화마을의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비가 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임에도 그저 웃고 즐기기에 여념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한 채, 그늘진 사회문제에는 신경 하나 쓰지 않는 모습. 이 문제를 대비할 우산 하나 챙기지 않은 채. 그렇기에 정치적 비리의 폭우가 쏟아지는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우산도 없이 그 비를 모두 맞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사진 위현민 2016. 11. 22.
어쩌면 우리는 어쩌면 우리는 "정방형으로 설정하여 정확한 각도로 찍는 사진" 이게 내가 좋아하고 자주 찍는 사진 스타일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장소가 보이면 수평을 맞춰 찍고 잘 맞지 않았을 때는 편집에 들어가 각도를 돌려 정리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으로 나간 유럽에서도 사진 찍는 방식은 여전했다. 유럽 특유의 분위기에 휩싸인 채 오랜 세월을 지키고 서 있는 여러 건축물들도 정확히 정사각형 안에 담겨 한 컷의 사진으로 남겨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안정적인 프레임 안에 담긴 모습들이 꼭 귀한 그림을 한장한장 모으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암스테르담 운하고리를 보여주는 커널 크루즈를 탔다. 도시의 곳곳을 보며 사진을 찍던 중 이런 건물을 만났다. 처음엔 내가 삐뚤게 앉아있어서 이렇게 보이는 줄로 알았다. 물결따라 흐르듯 .. 2016. 11. 22.
편지에 대한 단상 편지에 대한 단상(斷想) 일산의 한 문구점에서 색색깔의 편지지가 자신을 채워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 신우중 http://godwj.tistory.com/ 글과 담쌓고 살진 않았다. 오히려 가벼이 무언가를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글을 쓴다는 건 늘 쉽지 않다. 쓰고 싶지 않은 주제를 부여잡고 낑낑대는 것도 고역이고, 소재를 찾는 일도 마치 방구석 어딘가 떨어진 바늘을 더듬더듬 짚어가며 찾는 것처럼 막연하다. 고치고 고쳐도 마음에 안 드는 글은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 글쓰기에 남들이 보기에 답답하리만치 오래 걸리는 내겐 쓰는 과정도 고통이다. 이런 나도 즐거이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일기와 편지를 쓸 때다. 특히 편지를 쓸 때가 좋다. 우러나온 진심을 담을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 2016. 11. 22.
살아가자 해바라기같이 살아가자, 해바라기같이 ▲유난히 무덥던 올해 8월, 샛노란 해바라기들이 더위에 지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글/그림=이은영 기자) 해바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해를 향해 얼굴을 들고 2m까지 길고 곧게 자라난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모습같아 꽃말처럼 오랜시간 기다림, 온고지순한 숭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올해 내가 본 해바라기는 조금 달랐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고, 하나같이 땅을 보고 있었다. 이유는 더위에 있었다. 유난히도 덥던 올여름, 기다림의 상징인 해바라기마저 더위에 지쳐 고개를 숙였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것도 잠시, 오히려 친근한 마음이 생겼다. 살다보면 항상 설레기만 하는 기다림은 없고, 열심히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참혹한 결과뿐일 때가 있다. .. 2016.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