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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155

가을, 한점 쉼표가 필요할 때 가을, 한점 쉼표가 필요할 때. 한글 자음 ㅁ자처럼 생긴 5호관의 가운데 공간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우리는 그 곳을 센트럴 파크라고 부른다. 내가 이곳을 이용하는 경우는 동아리 방이 있는 나빌레관에 갈 때 뿐인데, 센트럴파크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것이 5호관을 가장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찍던 날도 나빌레관에 가기 위해 앞만 보고 바쁘게 걷고 있었다. 그때, 구름에 가려졌던 해가 드러났다. 색이 바랜 나뭇잎들이 일순간 모습을 바꾸고 빛을 냈다. 움직이기 바빴던 발이 저절로 멈추었다. 더위가 가시면서 가을이 온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제서야 나는 사방에서 풍겨오는 마른 낙엽의 냄새가 맡을 수 있었다. 그제야, 온몸으로 가을이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머리 .. 2016. 11. 21.
나에게도 길이 필요한 하루 나에게도 길이 필요한 하루 가을을 채 즐기기 전에 벌써 가을의 끝이 보인다. 쏟아지는 과제와 공부 그리고 빡빡한 아르바이트 일정까지 지치는 하루들을 보내다가 문득 학교 내의 방향표를 보니 기분이 울적해진다. 학교에 들어온 차는 일방통행과 화살표를 보며 길을 찾아 학교에서 나간다. 학교에 들어온 나는 무엇을 보며 길을 찾아 학교에서 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학교에 발을 딛었을 때에 나에게는 일방통행과 화살표가 필요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스무살의 자유에 흠뻑 젖었고, 싱그러운 청춘의 삶에 녹아들었다. 그것이 마치 내 삶의 방향과도 같았다. 그러다가 이제 스무살의 자유와 청춘의 삶을 등지고 학교를 나가려고 하니 앞이 어두워 막막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화살표를 .. 2016. 11. 20.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흘러간 시간이 곳곳에 묻어있는 황성, 왕들의 묘가 모셔진 곳이다. 전쟁의 흔적들은 지울 수 없지만, 이 곳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얼까? 이제 베트남에 황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계속 이 곳을 찾는다. 매일 시든 꽃을 새로 갈고, 신선한 과일과 향기로운 술을 올리고,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한다. 정성껏 꾸민 제삿상 앞에서 자신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터전의 안녕과 삶의 화복을 읊조린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조이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자신들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이 장소가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사람들의 믿음이 차곡차곡 쌓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성군(聖君)의 영혼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고있자면, 한 나라를 .. 2016. 11. 19.
지식의 바다에 서서 길을 지나다 서점에 들렀다. 머리 위부터 발끝까지 책이 가득했다. '어릴 때는 이런 집이 갖고 싶었는데.' 책의 숲을 보고 있으니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나는 매주 목요일을 기다렸다. 목요일 오후가 되면 아파트 주민센터 앞에 이동도서관 버스가 찾아오곤 했다. 책으로 꽉 찬 버스를 돌아다니며, 나는 '커서 내 집이 생기면 나도 이렇게 온 집을 책으로 채워야지.' 다짐했었다. 스물넷이 된 지금, 이제 책으로만 집을 채울 순 없음을 안다. 사람이란 그렇게 좋아하는 것만 갖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도 오늘, 책이 가득히 꽂혀있는 책장을 본 순간, 내 어릴 적 상상이 현실이 된 것 같아 조금 웃음이 나왔다. /글.사진 왕예담 2016.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