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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72

싸리재와 애관극장 겨울바람을 맞으며 싸리재를 넘어간다. 출발지점은 옛 경동파출소 앞. 건물 외벽이 누렇게 빛 바랜 파출소의 안은 텅 비어 있다. 파출소 옆으로 케이 월드(K-world), 아이 러브 독, 보석점과 피부관리소가 차례대로 늘어서 있다. 왼편으로 크로커다일, 청담한복, 스완빌리지 경동2차, 카페 티아모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서 있는 건물 유리창이 겨울햇살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다. 인천 중구 경동 238. 121년 전 '협률사'란 이름으로 경동에 자리잡은 '애관극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들이고 내보내는 중이다. 5개의 상영관에선 '가려진 시간'을 상영 중이며, 12월엔 '아기배달부 스토크'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상영할 예정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나무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간다. 콜라와.. 2016. 12. 3.
존스톤별장과 다비웨딩홀 사진 위에서부터 현재 한미수교100주년 기념탑(맨 위), 기념탑 자리에 본래 있었던 존스톤별장(중),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장소인 다비웨딩홀. 적은 눈이 내린다는 절기인 '소설'(小雪). 자유공원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바짝 말라 부서진 나뭇잎들이 겨울바람을 타고 아무렇게나 날아다닌다. 작은 회오리로 맴돌기도 한다. 겨울이 깃든 자유공원은 고요하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쓸쓸한 벤치 위로 커다란 커피포트와 종이컵을 쌓아놓은 할머니가 앉아 있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꽃이라 했던가. 그 옆으로 할아버지들이 다가온다. 제물포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이 구보를 하며 지나간다. "끼익~ 끼익~" 겨울의 새소리는 여름의 그것과는 다르게 들린다. "깡! 깡!" 어디선가 공사장의 쇠 두드리는 소리가.. 2016. 11. 30.
서순희 허리우드 악기사 대표 순희. 이름 참 순박하다. 하지만 그를 마주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영어이름 '힐러리'가 훨씬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꽃을 연상시키는 헤어스타일, 몸에 착 달라붙은 가죽점퍼. 얼굴을 덮을 것 같은 선글라스. 서순희(54) 대표. 그는 동인천역 옆 '허리우드 악기사' 주인이다. 며칠 전, 그의 악기사 2층으로 한 무리의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쌍꺼풀이 진 여성들이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서 대표가 건넨 건 20kg 쌀 13포대와 롤케익 13개다. 이날 성금은 서 대표가 이끄는 다문화여성밴드 '화려한외출'의 공연수입으로 마련한 것이다. 10년 전, 우리나라 최초로 '아줌마밴드'를 결성한 서순희. 그는 "인생시기별 인생매뉴얼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30대는 사진.. 2016. 11. 21.
조선상업은행과 은행나무거리 1920년 벽돌조 2층 건물 신축·1989년 철거 이후 26여년간 '동인천등기소' 자리 50~60년대 다국적군 몰려들던 거리엔 은행잎만 덩그러니 '금관의 장식' 같은 은행잎들이 겨울바람을 타고 일제히 흔들린다. 은행잎처럼 노란 트럭이 인도에 바짝 붙은 채 천천히 지나간다. 화살표경고등을 켠 트럭은 바닥에 입을 댄 채 차도에 쌓인 은행잎들을 집어삼킨다. 하버파크호텔과 인천아트플랫폼 사이 6차선 '제물량로'는 지금 샛노란 은행잎들이 만추의 절정을 노래하는 중이다. 제물량로 중간 쯤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벽돌색 타일로 마감한 건물 외벽에 걸린 플래카드가 차가운 바람을 맞아 펄럭거린다. '인천지방법원 등기국 개청에 따라 2016.3.1부터 동인천등기소 및 주차장을 폐쇄합니다. 인천지방법원'. 건물입구는 .. 2016.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