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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12123043 언론정보학과 정혜진 http://hyejinjournalism.tistory.com/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0. 30.


인하대를 먹여 살리는 힘, ‘밥집골목’



 인하대학교 후문 거리를 들어서 제일 첫 번째로 나오는 오른편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른바 ‘밥집골목’이 나온다. 밥집골목에는 ‘밥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데,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모든 밥집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있다. 이렇게 인하대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밥집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 밥집골목의 초입. ‘석이네’, ‘좋은 밥상’, ‘맛사랑’ 등 정감 있는 밥집의 이름들



 우선 ‘밥집’이라 함은 말 그대로 ‘밥을 파는 곳’이다. 밥집의 모든 메뉴의 가격은 4500원. 메뉴판을 보면 흡사 기사식당을 연상케 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찌개와 흔히 집 밥 메뉴라고 하는 평범한 반찬들이 밥집의 메뉴다. 다소 허름하다고 할 수 있는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재빠르게 밑반찬이 세팅된다. 밥집마다 나오는 밑반찬의 종류가 다른데, 학생들이 각자 선호하는 밥집은 바로 이 밑반찬에 따라 결정된다.
 
 “저는 계란말이가 맛있는 ‘맛사랑’이라는 밥집을 좋아해요.”
 -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A



 ▲ 밥집 ‘맛사랑’의 메뉴판



 밥집에 가는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두 명이 가면 한명은 찌개를 시키고 한명은 반찬을 시킨다. 세 명이 가면 한명은 찌개를, 나머지 두 명은 반찬을 시킨다. 네 명이 가면 찌개 두 가지, 반찬 두 가지를 시키는 것이 바로 ‘밥집의 법칙’. 이렇게 해야 찌개와 메인 반찬, 그리고 밑반찬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밥상을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공깃밥은 무한리필이므로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어도 된다. 1인당 4500원으로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것 같은 한 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두 명이 시킨 부대찌개와 제육볶음, 그리고 밑반찬



 인하대학교 후문의 물가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싼 편이기 때문에 교내 학생식당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 학생식당은 메뉴도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맛이나 가격 면에서 후문가의 음식점들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밥집이 붐비는 이유에는 이처럼 부실한 학생식당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은 조금 더 걸어 후문으로 나오는 것을 선택한다.
 
 후문의 식당가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화려하다. 양식·일식·중식·한식부터 인도요리·태국음식까지 없는 음식이 없고, 심지어는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아마 학교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은 이곳저곳의 맛 집을 다니느라 바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뱃속에 기름칠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학생들은 기름지고 다소 부담스러운 외식메뉴 대신 평범한 집 밥이 먹고 싶을 때 밥집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후문가에 자취를 하는 학생들에게 밥집은 너무나 소중하다. 슬리퍼를 끌고 나와 식탁에 앉으면 언제든 그리운 집 밥이 한 상 차려진다.
 
 인하대 후문의 ‘밥집골목’이 사랑받는 이유는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함에 있는 것 같다. 특별하지 않아서 사랑받는 것이다. 밥집은 화려한 후문가에서 평범함을 지키며 늘 그 자리에 있다. 평범한 것이 그리운 사람들은 언제든 그 좁은 골목으로 향하면 된다. 오늘은 왠지 든든한 한식이 먹고 싶을 때, 엄마가 해 준 집 밥이 그리울 때 그 곳으로 가면 밥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