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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전노민의 삶과 꿈 메이저리거 꿈꾸던 소년의 영화 같은 삶 “형아 같이 가아~, 으~앙” 재용이 수봉산으로 올라가는 형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 재용의 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봉산 꼭대기로 줄행랑을 쳤다. 산이라고 해봐야 해발 100미터도 되지 않는 야트막한 동네뒷산이었지만 일곱살 아이가 뛰어올라가기엔 히말라야 못지않은 난코스처럼 느껴졌다. “하~아, 하~아” 얼마 못 가 멈춘 재용이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형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고, 날쌘 형을 따라잡기란 수봉산에 사는 다람쥐를 맨손으로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약이 오른 재용이 제자리에 서서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아이만큼이나 작은 돌들은 몇 미터 가지 못해 툭툭 떨어졌다. 허탈해진 재용이 씩씩거리며 산 정상 쪽을 노려보았다. 어디로.. 2016. 9. 29.
인천 관측소, 측우소 그리고 기상대 한국 최초 근대적 기상관측소 ... 인공지능 최첨단 시설로 우뚝 "투 둑! 투 두 둑" 우산 위로 떨어지는 가을 빗방울 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작은북' 소리처럼 경쾌하다. 9월 하순, 가을비를 맞으며 응봉산을 오른다. 산책로엔 설익은 낙엽이 하나 둘 비에 젖은 채 바닥에 착 달라붙은 모습이다. "구 구 구" 한 두 마리의 비둘기가 비내리는 땅바닥을 연신 쪼아대고 있다. 자유공원 제물포고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5분 쯤 걷자 다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오르막길에 접어들자 문패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인천기상대. 비가 내려서일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왼쪽에 표면을 둥글게 처리한 건물 하나와, 분지처럼 솟은 작은 동산만이 눈에 들어온다. 동산은 '관측노장' 즉, 관측하는 장소이다. 평지보다 1.5m높이 솟은.. 2016. 9. 29.
영화감독 임순례 무네미고개 넘던 산골소녀, 유럽을 넘는 영화감독으로 소녀의 얼굴이 해바라기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 있었다. 새까만 낯빛에 앞머리카락을 짧게 깎아올린 단발머리 소녀였다. 소녀가 논길을 폴짝폴짝 뛸 때마다 단발머리가 가발처럼 들썩거렸다. 짧은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이따금씩 발길을 멈추고 깡통 속을 들여다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깡통 안에는 알록달록한 구슬이 가득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뒤 배를 쓰다듬듯, 깡통을 어루만지던 소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새카만 얼굴에 대비된 소녀의 이가 하얗게 반짝였다. 씩씩거리며 ‘무네미고개’를 넘은 소녀가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서 언니와 오빠들에게 ‘전리품’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달리던 소녀가 몇 발자국 못 가 코가 뾰족한 검정고무신이 벗겨지면.. 2016. 9. 26.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인터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당당한 가난을 노래하다 “중미야, 이거 좀 저 아랫집에 갖다주고 오니라.” 싸전(쌀가게) 한켠에서 작은 책에 코를 박고 있던 소녀가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눈도 얼굴도 동그란 아이였다. 소녀가 읽던 부분의 책장을 천천히 접고 일어섰다. 책을 살며시 내려놓은 소녀는 할머니가 건네준 부침개 그릇을 들고 깡총깡총 뛰어나갔다. “할머니~ 갖다주고 왔어요. 잘 먹겠다고 전해드리래요.” “옳지, 이건 저 윗집에 좀 갖다주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또다시 소녀의 품에 음식을 안겨주었다. ‘관동’의 골목길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 것일까. 수건을 뒤집어쓴 할머니의 이마에도, 소녀의 앙증맞은 콧등에도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다. 할머니의 싸전은 지금의 인천시 중구.. 2016.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