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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12142634/언론정보학과/안하경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0. 30.

  학교는 일상의 공간이다. 일상의 공간이라는 말은 안정감을 주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지만 때로는 지겹고 답답하고 탈출해야 할 곳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런 일상의 공간인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외출증을 받아서 교내를 나가면 동네 슈퍼에서 과자 하나를 사 먹어도 즐거웠고 길을 걸어도 학교랑 공기가 다른 기분이었다. 대학교에서 와서도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건 변하지 않았다. 공강 시간이 한 시간뿐이어도 후문이나 기숙사로 도망쳤고 항상 아슬아슬하게 수업에 들어와서 끝나자 마자 도망가고는 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타지 생활, 어색한 관계 속에 혼자가 되어버린 인간관계 등 복잡한 요인은 나를 학교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스무 살 가을이 찾아왔을 때 늦은 사춘기가 극에 달했다. 수업을 수시로 빠졌으며 과제를 제출하지도 않고 시험도 당일에 알아채고는 했었다. 얼마 안 되는 인간관계에서도 필사적으로 거리를 벌리며 학교 밖을 떠돌았다. 학교 기숙사가 싫다는 이유로 연고도 없는 지역에의 찜질방에서 잠을 자며 나는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지금도 성실한 학생이라고 자부하기는 부끄럽지만 대학교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고 수업에는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나오며 시험기간에 종종 밤을 새기도 한다. 날 다시 변화로 이끈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날 밀어냈던 그 학교였다. 

  비가 오는 날, 하이데거 숲 옆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는가. 잎이 넓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비를 막아줘서 빗소리가 자욱하고 분명 비가 쏟아지는데 비를 맞지 않는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불 꺼진 학교 복도를 지나가는 기분도 좋다. 어두컴컴한 복도가 내 움직임을 인식해서 걸음마다 불을 켜줄 때, 유치하지만 마법사가 된 기분에 신이 나고는 한다. 인경호와 2호관 사이에 난 길을 걸어보면 좋은 정원에 산책을 나온 기분이고 벚꽃철에는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도 곳곳에 존재한다. 학생회관 4층에서 보이는 노을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학교의 모습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날 시간이 되고 어둠이 내려앉고 불이 켜지면 노을을 배경으로 비룡탑이 보일 때, 나는 학교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학교에서 좋아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인하대는 다행스럽게도 작지만 나름 '숲'이라고 이름지어진 구역이 있고 '호수'도 있으며 산은 없지만 높은 건물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다. 순간적으로 '예쁘다'라고 생각된 곳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 되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에서 큰 위안이 되었다. 시험을 망쳤는데 그 날 따라 노을이 예쁘다면 그 것으로 괜찮아지고 타지생활에 외로운데 벚꽃이 손바닥으로 떨어지면 기분이 좋아졌다. 내 자신의 꼬임에 지쳐서 학교를 바라봤을 때 학교는 상당히 예쁜 곳이었다. 요즘도 정신 못 차리고 꾸역꾸역 학교를 다니고는 있지만, 인하대학교의 예쁨은 내 그런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학교의 꽃과 나무와 비와 노을이 나를 학교에 붙잡아 놓고 있다. 덕분에 나는 학생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인하대학교는 상당히 예쁜 곳이다. 누군가는 이 학교가 작고 볼품없다고 하겠지만 난 학교의 구석구석을 좋아한다. 더러워 보이는 인경호에 떠 다니는 오리들을 좋아하고 정자에 불이 켜지는 순간을 사랑하며 하늘을 배경으로 둔 학교의 조형물과 평범해보이는 건물까지 예뻐하고 있다. 학교의 아름다움이 나를 붙잡고 학생으로 만들었듯 일상에 지친 또 다른 학우들에게 또는 학교와는 관련이 없지만 기댈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하의 미가 닿기를 바란다. 


12142634. 안하경. http://hakyu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