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교정에 꽃물이 들었다
인하대에 가고 싶었다.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들을 때는 '방학 언제 하지? 집 가고 싶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막상 올해 상반기 휴학을 하고나니 인하대가 참 그리웠다. 후문가 식당이 그립고 동기들의 소식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냥, 단순하게 '인하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캠퍼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정확하게 하는 일 없이 하루 하루 늘어지는 일상. 4년간 오가며 수업을 듣던 낯익은 건물을 보고 오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휴학생 신분에 염치도 없이, 친구 하나를 꼬드겼다.
"인하대에 놀러갈래?"
"가서 뭐하자고?"
친구가 반문했다. 같은 시기에 휴학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친구는 나보다 좀 더 현실적이었다. 공부하느라 바쁜데 인천까지 가는 건 시간낭비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그냥 밥이나 먹고 오자는 거지..."
주섬주섬 말을 늘어놓았다. 학교가 그립다고 했다간 비웃음을 살것 같았다. 애교심을 드러내는 건 조금 촌스럽지 않나, 무의식중에 그렇게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의 이런 내심과 상관없이 친구는 오랜만에 인하대 맛집에서 밥 먹는 것 정도는 괜찮겠다며 시원스럽게 동의했다. 그렇게 4월의 어느 평일, 휴학생 둘이 계획없이 인하대로 출발했다.
그런데 참 우습게 됐다. 버스를 타고 정문에서 내리자마자 둘 다 동시에 감탄을 쏟아냈다. 인하대 교정에 꽃물이 들어 있었다. 칙칙하던 본관에는 빨강, 분홍 꽃이 잔뜩 피었다. 삭막하다 생각했던 9호관 앞 길에는 벚꽃이 일렬로 피어있었다. '하이데거 숲이 이렇게 예뻤나?' 새삼 놀라며 친구와 둘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밥이나 먹고 오자던 당초의 계획은 까맣게 잊혀졌다.
인경호에는 벚꽃이 내려앉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위치에 약올리듯 벚꽃이 피었다. 길 가던 사람들 모두 한 번씩 손을 뻗어 꽃가지를 잡으려다가 곧 포기하고는 멋쩍게 웃으며 지나갔다. 근처에는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 몇 명이 인경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어느 오후였다.
초록빛 물에 벚꽃이 함께 펴 색이 참 예뻤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유행하던 스무살의 봄이 떠올랐다. 되돌아보면 그 때는 인하대 교정을 바라보며 얼마나 설렜던가. 대학교 첫 수업이며, 과 MT며, 학회 뒷풀이까지. 하루하루가 봄꽃 같이 화려한 스무살이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해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그 설렘을 잊었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에 뛰어가기 바빴고, 수업이 끝나면 집이나 술집으로 향했다. 학교는 일상에서 잠시 스쳐가는 곳에 불과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교정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학교는 처음 본 곳 처럼 낯설기도 했고, 동시에 오랜 추억 속 장소처럼 낯익기도 했다. 해가 기울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 학교를 돌아다닌 뒤에야 친구와 후문가 식당으로 향했다.
"학교 정말 예쁘다. 그치?"
인하대에는 밥집밖에 없다던 친구는 어느새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며 신이 나있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SNS나 인터넷을 하다 보면 인하대에 대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학식이 싼 학교', '후문 먹거리가 많은 학교', '학생들이 술 잘 먹는 학교'...그 중에 캠퍼스가 예쁘다는 얘기는 없었다. 나도 학교를 다니며 나도 캠퍼스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다. 유럽식 교정, 새로운 신축건물, 화려한 교내 전경을 자랑하는 다른 학교를 보며 부럽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잠깐 여유를 갖고 고개를 돌리니 인하대에도 봄이 있었다. 살랑살랑 꽃이 날리고 건물 곳곳에 꽃물이 들어 있었다.
두꺼운 니트를 꺼내며 겨울을 준비하는 지금, 지난 봄을 떠올리니 마음이 참 설렌다. 내년의 나는 인하대 재학생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정든 교정 앞에 서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지 않을까. 새로운 위치에서 보게 될 그 때의 인하대 교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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