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로하는 공간, 인경호
스물 한 살. 대학생이 되자 생각해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공부할 것도 많아졌다. 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떤 날은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었다. 어떤 날은 부끄러워 숨고 싶은 날이 있었다. 또 어떤 날은 별 것 아닌 일에 서러웠던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인경호를 찾았다. 인경호 앞 벤치에 앉아 인경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부는 바람에 기대 푸른 나무와 투명한 호수를 바라보고, 한가로이 짹짹거리는 새소리를 듣다 보면, 무너졌던 마음과 생각이 진정됐다. 지친 내 마음이 호수에 던져져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
▲인경호의 낮과 밤
이해인 수녀의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이라는 시가 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 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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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인 수녀의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
이 시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가끔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인하대 안에서 ‘인경호’는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공간이다. 인경호의 고요함에 몸을 맡기면 휘몰아쳤던 내 마음과 생각은 잠잠해진다. 인경호는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다시 일어날 힘을 준다. 나는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하는 인경호를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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