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나를 담다
사람들은 대개 마주 앉는다. 밥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 이야기를 나눌 때.
활발한 이야기가 오가는 테이블 아래로 신발들도 마주 본다.
한 번도 빨지 않아 검정 때가 가득 묻은 운동화 맞은편엔 꼼지락대는 발가락 사이에 매달린 쪼리가 있다.
나는 구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주로 운동화만 신는다. 내 운동화들은 대부분 더럽다.
새 신발의 빳빳함보다는 내 땀으로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신발이 좋아서다.
내 친구는 슬리퍼를 자주 신는다. 운동화는 발이 답답하단다. 종류도 다양하고 슬리퍼치곤 고가인 것들도 있다.
문득 신발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구두를 좋아하는 사람의 정갈함, 오래된 신발도 정성스럽게 신을 때의 소박함, 운동화의 쾌활함은 그 신발들에 은은하게 묻어난다.
그래서 나는 안 신는 신발도 잘 버리지 못한다. 지금은 줘도 안 신을 신발들이다.
허나 그것들을 신었을 때의 나는 그 안에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잊어버린 내 이야기들을 지면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담아내고 있었을 것 같아서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신발들이 테이블 아래에서 만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가끔 궁금해질 때도 있다.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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