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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노을의 위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14.

노을의 위안

/사진: 안하경

<!--[if !supportEmptyParas]--> 화사하게 피어 향기를 내던 목련이 떨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흰 꽃잎은 갈색으로 썩어가고 새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던 꽃향기는 죽음의 냄새로 바뀌어 목련꽃은 바닥에 지저분하게 떨어진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떨어진 꽃은 쓰레기통에 담배꽁초와 함께 뒤섞여 버려진다. 떨어진 목련꽃처럼 죽어가는 것, 사라지는 것, 약해지는 것은 항상 추하고 외면 받는다.

죽어가는 것이 두려워서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살아간다. 다음 버스를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뛰어다니며 침대에 눕는 시간이 아까워서 밤을 새운다. 밟히는 꽃잎처럼 추하게 스러지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삶의 불꽃을 불태운다. 하지만 어찌 사람이 평생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만 있겠는가. 때로는 우울하고 잠시 멈춰가고 싶고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 삶이지 않은가.

속안에서 무언가 고여서 썩어가는 것이 느껴질 때, 그 것이 삶의 무게로 다가올 때 나는 노을을 본다. 태양처럼 밝고 거대하고 빛나는 존재는 그 빛을 잃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름답다. 다음날 다시 솟아오를 것을 암시하듯 태양은 질 때조차 하늘에 제 색을 남긴다. 삶의 불꽃이 조금 사그라드는 날, 쉬어가고 싶다면 노을을 보자. 빛나는 태양이 위로가 될 때가 있듯 은은하게 사라지는 약해진 빛의 노을이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시간이 있다.

-남구 용현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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