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98 * 잊지못할 북미의 4월 4월, 만물이 소생하고 활력이 충만한 계절이라며 우리는 이달을 기꺼이 반긴다. 그리고 훨씬 이전부터 4월의 찬란함을 기대한다. 4월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계절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그러나 내가 겪은 4월은 인지 속에 늘 획일화되었던 계절로 설명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다녔던 북미 여행지들만 둘러보더라도 4월이란 그 계절을 정의할 수 없다. 처음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에서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봄다운 계절을 만끽했다. 지금껏 겪어왔던 4월스러웠다. 날씨는 맑았고, 한기는 이미 풀어진 지 오래였으며, 잎사귀들은 푸르르러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목적지였던 밴프 지역은 달랐다. 같은 나라의 같은 계절이란 것을 의심할 정도로 여전히 설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장 좋았던 루이스 호수는 완전히 얼어 있었고.. 2018. 4. 29. 신문의 날을 보내며 그러니까 ‘신문’씨가 행방불명 됐다는 걸 안 건, 지난주 우리 집이 한바탕 뒤집어졌을 때였어요. 나쁜 일로 뒤집어진 건 아니었고요. 미세먼지로 텁텁하기만 한 봄, 집이라도 새로 단장해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자, 뭐 그런 의도랄까요. 때가 탄 벽지를 띄어 내고 푸른 페인트를 바르려던 참이었어요. 페인트는 바닥에 묻으면 닦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 뭐라도 깔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생각난 것이 ‘신문’ 씨였어요. 저는 분리수거장으로 뛰어 내려갔어요. 하루 소식을 전해주고 맡은 바를 끝낸 ‘신문’ 씨는 으레 그곳에 누워있곤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리수거장에 내려갔을 때, 수많은 종이 쓰레기들 사이로, 회색빛 빳빳한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때야 더 이상 그곳에는 ‘신문’ 씨가 없다는.. 2018. 4. 19. * 4월의 이야기들 4월의 첫번째 이야기, 나의 한 해는 3월에 시작된다. 대학생으로서 개강 전의 시간은 준비기간일 뿐이다. 아직은 쌀쌀한 3월이 오면 바쁘게 새 학기에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 4월에 접어들면 학교생활이 몸에 익고, 기온이 올라간 만큼 기분도 괜스레 들떠서 한눈을 팔기도 한다. 나를 한눈팔게 만드는 것은 활짝 핀 벚꽃이다. 추운 날씨를 함께 보내고 활짝 핀 벚꽃이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연 부는 강한 바람과 비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바람에 지나간 자리에 약해진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꽃비로 내리는 것을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다. 오히려 감동적인데 만개한 벚꽃 못지않게 흩날리는 꽃잎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젠 그 자리에 푸른 잎들이 활기차게.. 2018. 4. 19. * 4월, 내 마음엔 이따금 비가 내린다 며칠 전, 여느 날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하기 바랍니다.” 소방본부청에서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하고 바로 스마트 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엔 화재 관련 키워드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뉴스 속보 기사엔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제야 제대로 본 창밖의 하늘은 언젠가 봤던 판타지 영화 속 악의 기운이 몰려오는 장면처럼 동강 난 채 한쪽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우리학교에서도 연기가 다가오는 게 보일 정도인데 인근 동네는 어떨까. SNS에 올라오는 글을 찾아보니 서구와 인접한 부평구 일부 지역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다... 2018. 4. 16. 이전 1 ··· 3 4 5 6 7 8 9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