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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89

살아가자 해바라기같이 살아가자, 해바라기같이 ▲유난히 무덥던 올해 8월, 샛노란 해바라기들이 더위에 지쳐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글/그림=이은영 기자) 해바라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해를 향해 얼굴을 들고 2m까지 길고 곧게 자라난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모습같아 꽃말처럼 오랜시간 기다림, 온고지순한 숭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올해 내가 본 해바라기는 조금 달랐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지 않고, 하나같이 땅을 보고 있었다. 이유는 더위에 있었다. 유난히도 덥던 올여름, 기다림의 상징인 해바라기마저 더위에 지쳐 고개를 숙였다. 이상한 기분이 드는것도 잠시, 오히려 친근한 마음이 생겼다. 살다보면 항상 설레기만 하는 기다림은 없고, 열심히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건 참혹한 결과뿐일 때가 있다. .. 2016. 11. 22.
할머니의 웃음 시간은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데려 다 줄 것 같던 두 다리는 세월의 무게에 주저 앉기 시작하며, 내가 알던 것들 것들은 하루가 다르게 잊혀져 간다. 노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내가 가진 것들을 놓아 주는 과정, 성인에서 다시 유아로 돌아가는 무력함을 경험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외할머니도 흘러가는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 할머니는 치매를 선고 받으셨다. 치매는 할머니가 가진 것들을 더 빠르게 앗아 가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머릿속에 있는 최근의 기억들부터 조금씩 그리고 점점 빠르게. 어제의 일을 까먹기 시작하던 것이 지금은 손주인 내 이름도, 장녀인 엄마와 장남인 큰 외삼촌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말에 .. 2016. 11. 21.
우리가 꿈 꾸는 세상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한 걸음. 지난 19일, 제 4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나는 동행한 친구와 함께 페미니스트 모임의 대오를 따랐다. 소속감을 느끼기 위함도 있었지만, 바로 저번 주에 참여한 집회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집회 내 성추행, 성차별의 타파를 함께 외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대규모의 집회가 있던 12일, SNS 여성주의자 모임인 '페미당당', '강남역10번출구' 등이 함께한 행진 도중, '젊은 아가씨들이 집 가서 공부나 하라.' 는 이야기를 들은 한 여성이 '공부는 아저씨나 하세요,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꿉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머리에 쿵, 박혔다. 누구도 '남학생이 시위를 하다니 기특하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대통령의 잘못은 국정농단임.. 2016. 11. 21.
전망대의 노래 하늘도 땅도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갯골, 전망대 하나가 우뚝 서 있다. 나무로 된 몸뚱아리에 바람이 스칠 때마다 저도 같이 휘이- 휘이- 휘파람을 분다.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 위로 향하면 전망대의 노랫소리는 더 크고 빨라진다. 휘익- 휘익- 정상에서 들리는 빠르고 흥겨운 소리. 가을 바람과 전망대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글 왕예담 2016.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