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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최순실 신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7.


2016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3시가 되자 대한민국은 숨을 죽였다. 3시가 되자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는 검정색 세단이 미끄러져 들어왔으며 모자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차에서 내렸다. 이 여인을 둘러싼 국민의 분노와 의심을 대변하듯 그녀가 검찰청사로 들어서는 과정은 아수라장이었다. 이 사건을 보도하려 몰려든 취재진은 외신을 포함해 300명이 넘었다.


대한민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여인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여성은 느닷없이 울먹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그 목소리는 가까이서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국민들 앞에 드러낸 첫 모습은 청와대 행정관을 꼭두각시 부리듯 하던 때와는 정반대였다.


최순실 사건은 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논란을 시작으로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한 최순실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개입 등을 일부 시인하며 대국민사과까지 하는 사태로 발전해 현재 전국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들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방송 매체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최순실과 대통령에 대한 신조어와 유행어만이 국민들의 쓰린 속을 달래줄 뿐이다.



31일 최순실이 검찰 출석 때 시위대와 취재진이 엉켜 포토라인이 무너졌고 이 와중에 최씨의 신발 한쪽이 벗겨졌다. 소박해 보이는 검은색 단화이지만 하필이면 바닥 부분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 로고가 선명했다. 이 신발은 프라다의 작년 봄/여름 제품으로 당시 가격은 72만원이었고 현재는 단종 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석 도중 벗겨진 최 씨의 신발이 출입문 인근에 덩그러니 놓여있자 수 많은 기자들은 홀연히 떠나가 버린 최순실을 대신해 주인없는 신발에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다. 그 이후 신발 주인의 별명은 순데렐라가 되었다. 마치 동화 신데렐라에 나오는 주인공이 12시가 되어 집으로 서둘러 돌아갈 때 신발이 벗겨진 상황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최태민이 창시한 영생교와 그의 딸 최순실의 무속적인 조언이 '국정'에 반영된 상황을 두고 순데렐라는 부모님이 목사님이구요. 근혜와 언니들에게 지시를 했더래요.’ ‘순데렐라 12시 전에 집에 돌아가겠단 의지라며 신발은 연일 SNS를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국민들이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이번 사태는 비선 실세가 한 나라의 국정운영에 수년간 개입하며 언론은 물론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무척 과감했다. 언론의 보도 이후 국민들의 말에 눈과 귀를 닫은 정부에 분노를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후퇴했다. 그들은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했으며 '가진 것 없고 순수한 젊은이들과 어렵게 삶을 극복하는 힘없는 서민들에게 무기력을 경험하고 꿈과 희망을 짓밟았다.


그래서인지 짝 잃은 신발 하나에도 사람들은 공분을 느꼈다어쩌면 이 신발 한짝은 대한민국 정치의 실마리일지도 모른다최순실의 신발 한짝은 검찰이 쥐고있으며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신발은 주인을 찾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아직 검찰의 수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조금씩 국정 농단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검찰은 독립적인 수사에 착수하여야 하며 언론의 지속적인 사건 보도만이 이 땅에 국민의 주권을 바탕으로 명실상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이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