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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10년의 우정, 그리고 부러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7.

우리 서로가 결혼하면 축의금 100만원씩 내자어때사회도 서로 돌아가면서 봐주고.”

“100만원이 어딨냐사회정도는 봐줄게.”

어떻게 알아내가 먼저 할 수도 있고잘하면 너가 먼저 하게 될지.”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건배나 해.”

 

친구(이하 K)의 엉뚱한 제안에 실소를 날리고 술을 들이켰다그렇게 술자리의 농담으로 지나가는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K가 정말로 결혼을 해버렸다어린 신랑의 속도위반이었다. 지난 3, 대학 동기들과 저녁을 먹던 중에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친구야나 아빠 됐다임신 9주차래축의금 준비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기운에 잘못 읽은 줄 알았다눈을 비비고 여러 번 들여다봤다뒤따라오는 초음파 사진을 보니 사실인가보다결혼식은 6월에 치러졌다사회는 정말로 봐줬다덕분에 취업하면 사려던 첫 정장을 급히 샀다평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사회 보는 법도 찾아봤다축의금은 어떻게 됐느냐고학생 신분에 100만원을 어찌 쉽게 구하겠는가결국 30만원만 냈다. (물론 K 30만원에도 진심으로 기뻐해줬다.)

 

 

K와 그의 아내, 그리고 딸아이

 

누구나 살면서 의미 있는 친구가 한 명쯤은 생긴다삶에 영향을 끼친 그런 친구 말이다내겐 K가 그렇다. K를 알고지낸지 벌써 10년이다이 정도 지나니 어떻게 친해졌는지 약간 흐릿하다그냥 어느 순간 K가 내 인생에 쏟아져 들어왔다. 10년 동안 K는 내 삶의 방향을 바꿔줬다.

 

난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늘 무뚝뚝한 표정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약간 무서워하거나 좋게 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괜히 남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점차 자존감은 무너져갔고, 대인관계가 어려웠다. 난 내 성격이 참 싫었다. K는 달랐다. 10년 전도 지금도 늘 쾌활하고 긍정적이다엉뚱한 면도 많다. 항상 웃는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이다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세 대화의 물꼬를 틀고 친해진다그게 늘 부러웠다. K처럼 되고 싶었다그럴수록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혐오는 짙어졌다.

 

하루는 같이 술을 마시다 한숨을 쉬며 내가 말했다

난 너 그런 성격이 진짜 부럽더라모르는 사람이랑 금세 친해지는 친화력 같은거.” 

K가 웃으며 답했다

뭐가 부러워좋은거 하나 없다야난 오히려 너가 더 부러워. 넌 항상 진중하고 묵직한 그런게 있어난 그런게 없거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10년을 부러워했었다. K가 나를 부러워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날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동안 스스로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내 성격을 사랑하기로 끊임없이 다짐했었다. 쉽진 않지만 지금까지도 노력 중이다.

 

K에게 나는 어떤 의미를 가진 친구일지 모르겠지만 분명 서로에게 중요한 친구임은 틀림없다. 이제 K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나와 다른 삶의 무게를 지고 있다. 힘들만도 하지만 태어난지 2주 된 아이 자랑을 늘어놓으며 웃는걸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언제까지나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힘이 들 때는 언제든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12103033 김명중, http://kmj4502.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