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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7.

 


"시절이  수상하니 올 동 말 동 하여라." 조선 중기 한 유명한 문인의 시 중 한 구절이다.
무엇이 올 동 말 동 한 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그때에도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고민을 했다고 지레짐작으로 넘길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 땅에 발 딛고 살고있는 지금, '시절이 수상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흉흉한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 이 수업을 듣던 바로 그 날, 쉬는 시간 도중 잠깐 나갔다 오는 길에 코끝이 찡해지는 광경을 목도했다.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214인 인하대학교 교수 일동-.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깊이 박혀서 10여분이 넘는 시간동안 다시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사상 초유'라니, '국기문란' 사태라니, '봉건시대 역사에도 몇 없는' 일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이 나라에 벌어지고 있다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이 보여주는 프레임을 좇아 해석할 뿐이며, 그 과정에서 그저 분별있게 보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모두가 진실을 좇고 있지만 그 진실에 접근할수록 모두는 피로하고 무력해지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이 국정을 파국으로 몰고갈 만큼 크나큰 잘못을 했다는 것. 

그로인해 모든 국민들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들끓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내 나라인데..’라는 논리가 더 이상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서 있는 지금,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정말 '국가란 무엇이고, 내가 과연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읽으면 딱 좋을만한 책을 찾았다.

격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한편으론 모든 사람들이 분노를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그들이 그만큼 자신의 삶과 그 주변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분노하고 통탄하고 울부짖을 수 있을 때 분명 울어야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짜증내고 손가락질 해도 좋다. 할 수 있을때 속 시원하게 해버리지 않으면 앙금이 남아서 성질이 고약해질지도 모르기에. 다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을 망가뜨리면 안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우리 삶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많이 울어도 좋으니, 목놓아 통곡해도 좋으니 희망의 끈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 이후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거대해 보이는 이 질문을 나는 나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절망스럽다고 생각되는 이 현실이 있기에 어떻게보면 더 나아질 것 밖에는 없다고 조금은 어수룩한 낙관에 시선을 던진다.

 

손희문 http://sonjabi.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