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대장부같던 동생이 처음으로 내게 먼저 머리를 땋아달라고 했던 날이다. 가족들과함께 친척언니의 결혼식에 방문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 나에겐 동생이 생겼다. 유치원 다닐때부터 아기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귀여운 표정과 몸짓을 한참이나 쳐다보면서 엄마아빠에게 동생 낳아주면 안돼요? 하고 물었다. 언니랑 나 키우기에도 벅찬 부모님의 속도 모르고 계속 그렇게 물었던 것 같다. 항상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던 부모님께서 갑자기 동생이 생길테니 잘해줘야 된다하고 말씀하셨을 때, 너무 기뻐 가슴이 벅차올랐다. 빨랐던 엄마의 걸음이 배가 나오시면서 점점 느리고 무거워졌다. 귀엽고 예쁜 동생이 생긴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나의 마음도 조금 무거워졌던 것 같다. 그때쯤부터 엄마아빠가 잠들고 나면 몰래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들어서 항상 잠자던 어리광쟁이는 조금씩 철이 들어갔다.
부모님께선 집과 함께 있는 공장에서 일하셨지만 너무 바빠 동생을 돌봐줄 시간이 많이 없었다. 나와 언니는 번갈아가며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재웠다. 우량아로 태어난 동생의 6마디 접힌 팔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만화를 보다가 앉은 상태 그대로 넘어져서 잠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에는 너무 가벼워서 놓쳐버릴까 두려웠던 동생이 어느새 안아드는 것조차 너무 힘들만큼 쑥쑥 자랐다.
딸 둘을 가진 부모님이라 아들을 마음 깊이 원했기 때문일까. 사내대장부마냥 털털하고 씩씩하며 거추장스러운 것은 딱 싫어하는 내 동생. 내가 여동생이라는 말에 기대한 예쁘게 머리 빗기고 땋아주기, 예쁜 치마 입혀주기, 같이 인형놀이하기 같은 것들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조르고 졸라서 머리를 빗기기 시작하면 1분도 안되어 ‘언니 대체 언제 끝나’하며 표정을 팍 찡그리고 겁을 주는 동생이었다. 금방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 지금은 중학교2학년이 되었다.
아기때부터 나와 같이 있었던 시간이 많아 하나하나 따라 배운 동생은 기분마다 내는 감탄사마저도 다 똑같다. 대학교 자취방에 있다가 집에 가면 마주치자마자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은아야! 언니!하고 소리치고는 바보같이 한참 웃는다. 누구한테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게 놀지만 누구랑 놀아도 그것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오늘따라 동생이 더 보고 싶어진다./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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