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결혼.
10년 전인 2006년 10월 22일 결혼하던 날, 가을비가 내렸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창밖의 가을비를 바라보며 마음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결혼한 뒤 인천일보는 반으로 쪼개졌고, 휘청거리는 회사와 함께 나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고, 내겐 병마가 찾아들었다.
아이는커녕 사느냐마느냐의 갈림길까지 치달았다.
아내가 앓는 '마음의 감기'를 치유하고 마음을 돌리기까지 만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결혼 5년 만에 아내가 직장을 접고 마침내 '별'이를 가진 것이다. 고마웠다.
세은이가 태어난 뒤 아내와 내 사이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등을 돌리다 마주보고, 가끔은 한 곳을 함께 바라보다 또 다시 충돌하고….
그렇게 다시 5년.
결혼 10주년인 지난 10월 22일 우리 가족은 여행을 다녀왔다.
10년 전 그날처럼, 여행 내내 가을비가 내렸다.
아내와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딸아이와 함께 계곡에서 잠자리채로 송사리를 잡았다.
이끼 낀 돌에 미끄러져 차가운 계곡물에 빠지기도 했다.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난 다음 날 이른 아침,
방 안에서 아내가 널브러지게 자고 있는 동안
딸아이를 안은 채 바다가 펼쳐진 베란다로 나와 가을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세은아 멋지지? 너도 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해"
"응, 아빠. 정말 멋져."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 때 마침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소리쳤다.
"야! 너희들 빨리 안 들어와? 감기 걸리고 싶어?"
깜짝 놀란 딸아이와 내가 혼비백산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소리를 지르면 딸아이와 나는 눈치보느라
정신이 혼미해진다.
10년 뒤 우리 가족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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