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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2

남북이산가족 상봉 선친의 고향은 함경남도 신포였다. 한국전쟁 당시 잠깐 피란을 갔다 오겠다며 남으로 내려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간절히 그리며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남겨 둔 채. '통일'이란 단어를 접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숭고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선친을 향한 얼마간의 원망이 가슴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강산에의 '라구요'를 부를 때 이따금 목이 메고 눈물을 찔끔거리는 이유를 사람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빛 바랜 흑백사진만으로 만날 수 있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때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부터이다. 북쪽엔 어머니, 남쪽엔 처자식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심정이 어땠을까. 아버지가 돼 보니 .. 2018. 5. 3.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 "인천사람이세요? 학교는 어디 나오셨어요?" 취재를 다니다 보면 간혹 고향이나 출신학교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과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 정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때때로 자신과의 교집합을 확인해 '자기 편'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학연·지연의 카테고리를 끊지 못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가치기준은 다르겠지만 인천에서 태어난 사람, 인천에서 낳지 않았지만 인천에 사는 사람, 인천에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 등등이 모두 인천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인천사람은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건, 어디서 살고 있건, 늘 인천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2017.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