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동1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인터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당당한 가난을 노래하다 “중미야, 이거 좀 저 아랫집에 갖다주고 오니라.” 싸전(쌀가게) 한켠에서 작은 책에 코를 박고 있던 소녀가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눈도 얼굴도 동그란 아이였다. 소녀가 읽던 부분의 책장을 천천히 접고 일어섰다. 책을 살며시 내려놓은 소녀는 할머니가 건네준 부침개 그릇을 들고 깡총깡총 뛰어나갔다. “할머니~ 갖다주고 왔어요. 잘 먹겠다고 전해드리래요.” “옳지, 이건 저 윗집에 좀 갖다주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또다시 소녀의 품에 음식을 안겨주었다. ‘관동’의 골목길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 것일까. 수건을 뒤집어쓴 할머니의 이마에도, 소녀의 앙증맞은 콧등에도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다. 할머니의 싸전은 지금의 인천시 중구.. 2016. 9.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