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령도2

남북이산가족 상봉 선친의 고향은 함경남도 신포였다. 한국전쟁 당시 잠깐 피란을 갔다 오겠다며 남으로 내려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간절히 그리며 아버지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젊은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남겨 둔 채. '통일'이란 단어를 접할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숭고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선친을 향한 얼마간의 원망이 가슴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강산에의 '라구요'를 부를 때 이따금 목이 메고 눈물을 찔끔거리는 이유를 사람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빛 바랜 흑백사진만으로 만날 수 있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때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부터이다. 북쪽엔 어머니, 남쪽엔 처자식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심정이 어땠을까. 아버지가 돼 보니 .. 2018. 5. 3.
가마우지가 전해준 백령도 이야기 백령도에 비가 내렸다. 첫사랑 같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빗줄기였다. 남북의 긴장이 팽팽한 지금,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괜찮을까. 지난 13일~14일 찾은 백령섬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다. 그렇지만 이따금 총소리가 들렸고 학교에선 대피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주민은 "연평도 포격 이후 백령도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밤새 포격소리가 들리면 전쟁을 치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북의 사이가 굳어질 때마다 백령도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져가고 있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란 말처럼 백령도의 풍광은 여전히 눈부셨다. 백령도엔 그렇게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침 7시50분 '하모니플라워'호를 타고 연안부두를 떠나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8분. 3시간 30분 .. 2016.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