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기자의 해외 취재기/김 기자 깐느영화제에 가다

2004 깐느영화제 르포

by 김진국기자 2016. 10. 13.

 

칸 영화제-홍성수 감독.제작진 인터뷰

2004년 05월 19일 00:00 수요일
 홍상수 감독이 16일 있은 공식상영에 이어, 17일 낮 12시30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그리고 프로듀서를 맡은 프랑스의 피에르 르시앙, 마린 카미츠가 함께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한다.
 -(홍상수에게)‘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아라공의 싯구에서 따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목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은 것인가. 
 ▲몇 년전 파리의 한 책방에서 우연히 아라공의 시집을 봤다. 나는 작품에서 멍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분위기를 추구한다. 작품에서 처음, 두 남자가 선화를 불러들이고 또 나중에는 보낸다. 문호가 혼자 서 있을 때 선화는 사라진다. 
 -(홍상수에게)홍감독의 영화에서는 즉흥성이 강조된다. 즉, 대본을 아침에 준다거나 술먹는 장면에서 실지로 술을 먹이는 것 등이 그렇다. 그렇게 해서 얻고자하는 영화적 효과는 무엇인가.
 ▲영화는 만드는 사람마다 최선의 길이 다르다. 내 최선의 길은 현장성이다. 그렇다고 준비를 안하는 것이 아니고 책상앞에서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현장 속에서 느낀 느낌을 영화에 섞는데서 최선을 뽑아낸다. 
 -(성현아에게) 영화를 찍는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연기지만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힘들기보다는 찍는 내내 배우는 것이 훨씬 많았다. 그것은 연기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배우간의 감정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앞으로 영화를 찍을 때 이번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홍감독님은 특히 너희 맘대로 해봐라는 식이 아니고 디테일이 많다.
 -(김태우에게)홍감독과 함께 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홍감독님이 영화에서 롱테이크로 많이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또 대본은 아침에 나오고 대사가 길어지기 일쑤였다. 이것은 날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국집 장면만 7분 가까이 했는데 따라서 집중을 잘 하는게 필요했다. 그러나 재밌게 했다.
 -(피에르 르시앙에게)문화가 다른 나라의 작품을 프로듀서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프랑스 영화는 상업적이 아닌 자유로운 세계를 중시한다. 홍감독 영화와 프랑스 영화가 동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힘든 점은 없었고 스텝들이 워낙 좋아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다. 
-(마린 카미츠에게)당신은 한국영화에 참여하며 어땠는가.
 ▲나는 전세계 영화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 영화는 처음이었다. 파리 같은 세계 영화의 중심지는 다른 나라 영화를 다루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영화는 자국의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칸 영화제-황금종려상 누구품에 안길까

2004년 05월 19일 00:00 수요일
 
 제57회 칸 영화제 용광로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프랑스 칸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개막작 ‘나쁜 교육’이후 17일 오전까지 공개된 작품은 모두 11편으로, 영화제는 이제 중반을 넘긴 시점. 관객들은 지금까지 코레에다 희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파울 소렌티노의 ‘사랑의 결과’, 조나단 노시터의 ‘몬도비노’, 에밀 쿠스트리차의 ‘기적같은 삶’, 앤드류 애덤슨의 ‘슈렉2’를 만났다. 
 박찬욱의 ‘올드보이’,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아녜스 자우이의 ‘영상처럼’, 루클레시아 마르텔의 ‘라 니나 산타’, 한스 바인가르크너의 ‘가장 풍성한 시간들이 우리 뒤에 있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등도 보따리를 푼 상태다.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미국 등 11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평점을 매기는 데일리지 가운데 하나인 ‘스크린지’는 ‘영상처럼’에 가장 높은 평점을 줬다.(‘가장 풍성한…’과 ‘화씨…’는 18일이 지나야 평점이 매겨지므로 평가에서 제외한다) 
 ‘영상처럼’은 예술에 관한 권력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신선한 연기와 반짝이는 대사로 빚어낸 유쾌한 코미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아녜스의 신작”이라고 말했다. 
 부모없이 살아가는 네 남매의 이야기인 ‘아무도 모른다’는 평점 2.5(4점 만점)로 7개 작품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동전의 양면처럼 그려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에 어린 아이들의 실존을 다루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동화를 그려낸다.
 3위는 ‘올드보이’. 지난 15일 오후 9시30분 뤼미에르 극장에서 있은 공식시사회에서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박 감독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박 감독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주위 사람들이 놀랄만한 반응이라고 말했다”며 퍽 고무된 모습이었다. 한 데일리지는 ‘가장 충격적인 반응을 일으킨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기적같은 삶’(2.1)은 에밀 쿠스트리차의 6년만의 신작이다. 그의 이전 작품들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기적같은 삶’은 발칸 반도의 복잡하게 얽힌 민족, 인종, 종교 문제를 그대로 투영한다. 부산스러운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지배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아련한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이다. 
 같은 평점을 받은 ‘슈렉2’는 지난 2001년 ‘슈렉’이 15년만에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뒤 속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레드카핏을 밟은 작품이다. ‘슈렉2’를 상영한 지난 15일 오전 ‘뤼미에르’ 대극장은 발디딜 틈 없이 꽉찼으며 90분 내내 박수와 폭소, 환호가 터져나왔다. 1편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슈렉2’는 ‘반지의 제왕’ ‘미션 임파서블’ ‘스파이더 맨’ 등 화제작들의 명장면을 패러디가 돋보인다. 또 ‘장화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악역인 요정 ‘데 모’의 연기도 큰 인기를 끌었다. 
 비교적 낮은 점수인 1.9점을 얻은 ‘몬도비노’는 포도주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얘기한다. 영화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와 이태리의 피렌체, 프랑스의 보르도 등 대표적 세 대륙의 와인 생산지를 좇아가며 만난 소규모 와인 생산자들과의 인터뷰를 담는다. ‘몬도비노’는 1966년 가난한 이태리계 이민자인 로버트 몬다비가 창설한 와인 회사 이름. 지금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라니냐 산타’(1.7)는 윌터 살레스의 ‘모터사이클리스트의 일기’(브라질)와 함께 이번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두 편의 남미 영화 가운데 한 편이다. 루클레시아 마르텔의 두 번째 장편인 ‘라니냐 산타’는 성에 눈뜨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들의 ‘리비도’와 지식인의 허위 위선을 꼬집는 작품이다. 
 17일 현재까지 공개된 영화 가운데 평점이 내려지지 않은 작품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가장 풍성한…’ ‘화씨 911’ 등 세 개. 
 일단 ‘여자는…’는 프랑스 언론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 ‘르몽드’는 지난 13일자에서 “홍상수 감독이 지극히 정제된 구조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지성해 따라 행동하는 인물을 그린다”며 새로운 연출방식을 추구하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인정했다. ‘까이에 뒤 시네마’도 5월호에 홍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홍감독에 있어 현실은 수많은 사소한 행위들에 대한 고찰과 끈질긴 반복작업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며 그의 작품세계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가장 풍성한…’는 17일 오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있은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열렬한 박수를 끌어냈다. 이 작품은 ‘지구를 지켜라’의 모티브와 비슷하면서도 부조리한 자본에 저항하는 세 젊은이의 열정과 사랑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수작이다. ‘화씨 911’은 ‘볼링 포 콜럼바인’을 제작한 미국의 대표적 다큐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신작이다.
 남은 작품 가운데는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트로피칼 말라디’, 왕가위의 ‘2046’ 등이 관객들의 기대작으로 부상중이다. 
 2004년 황금종려상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프랑스 칸=김진국기자>freebird@incheontimes.com 

 

 

칸 영화제-'올드보이' 심사위원대상 영예

2004년 05월 24일 00:00 월요일

 

 한국영화가 올해의 칸 영화제에서 쾌거를 이워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대상(Grand Prize ofthe Jury)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에 돌아간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에 주어지는 2등상으로 한국 영화가 세계 3대영화제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올드보이’는 2002년 ‘취화선’(감독·임권택) 이후 칸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두 번째 한국 영화가 됐으며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씨받이’(감독·임권택)와 감독상의 ‘오아시스’(이창동),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의 ‘사마리아’(김독·김기덕)를 포함해 3대 영화제 주요 부문에서 상을 탄 다섯번째 영화가 됐다. 
 또한 한국 영화계는 올해 열린 두 차례의 3대 영화제 가운데 연거푸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한편 ‘올드보이’와 함께 나란히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수상에 실패했다. 
한편 감독상에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두 젊은 남녀가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알제리로 향하는 귀환기 ’에그자일즈’(Exils)의 토니 개틀리프 감독이 뽑혔다.
 또 남우주연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14살 소년 야기라 유야가 차지했으며, 여우주연상은 ’클린(Clean)’에서 열연한 홍콩 여우 장만위(張曼玉·영어명 매기 청)에게 돌아갔다.
 영화제 내내 호평을 받았던 프랑스 영화 ’룩 앳 미’(감독·아네스 자우이)는 각본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으며 심사위원상은 태국영화 ’트로피칼 맬래디’의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코언 형제가 연출·각본을 나눠 맡은 ‘레이디 킬러’의 배우 이르마 P.홀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프랑스 칸=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