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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깐느영화제 르포

by 김진국기자 2016. 10. 13.

코발트블루의 바다 위 펼쳐진 레드카핏의 향연

 

2003년 05월 16일 00:00 금요일

 

 

 

 14일 오후 6시(한국시간 15일 새벽1시), 기자는 전 세계의 취재진들이 많이 머물고 있는 ‘칸 비치 레지던스’ 호텔 정문 앞에서 셔틀승용차를 타고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으로 향했다.  
차가 달리는 편도 1차선 도로 밖에는 바로 해변과 짙푸르면서도 투명한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한낮의 기온은 초여름 날씨처럼 와 닿지만, 수영복을 입기엔 아직까지 피부에 소름이 돋아나는 기온도 아랑곳 않는 ‘해변의 연인’들이 종종 눈에 띤다.
오후 6시15분 뤼미에르 극장 앞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극장주변에 운집해 있다. 물론 스타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깝게 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그러나 행사장 입구에서 보통 5m이상씩은 떨어져 있다.  
사실 칸 영화제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개막식은 고사하고 영화조차 변변히 보기 힘들다. 일반인들에겐 극장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표를 구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러려면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칸 영화제 측은 취재기자조차 ‘블루카드’과 ‘레드카드’로 구분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레드카드 소지자는 상영관과 기자회견장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지만, 블루카드 소지자는 자리가 있어도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진 기다려야 하고 운이 나쁘면 영화를 못 볼 수도 있다. 레드카드 위에는 ‘화이트카드’가 있으며 블루카드 밑에는 ‘옐로카드’ 등 일반인을 제외한 출입자는 모두 4단계로 구분된다. 
극장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은 들어갈 때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보여줘야 하고 검색대에서 몸수색까지 받아야 통과가 가능할 만큼 칸 영화제는 권위적이고 귀족적이다. 칸 영화제의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내포를 속속들이 보면 문화예술행사는 역시 실체보다 ‘이미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개막이 되려면 30분은 더 남았지만, 5월초 칸의 눈부신 태양보다도 ‘더 빛나는’ 스타들이 하나 둘 발걸음을 한다. 인도 영화배우 ‘아쉬와리아 라이’, 헐리우드의 귀여운 여배우 ‘멕 라이언’, 이탈리아 출신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빨간 주단위를 걸어 극장으로 들어설 때면 턱시도 차림을 한 사진·방송기자들이 ‘마담! 마담!’을 외치며 한 컷이라도 잡으려고 아우성을 쳤다.
개막식 행사의 절정은 질 자콥 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영화의 역사’ 2탄과 개막작 상영이다. ‘영화의 역사’ 2탄에선 칸영화제에 초청됐던 감독들의 인상적인 모습이 짧게 짧게 지나갔다.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은 195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크리스티앙 자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프랑스 격동기인 루이15세때 바람둥이 기사 팡팡이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자들에게 먼저 보여주는 ‘프레스 스크리닝’에선 기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지 못했다. 칸 영화제는 그러나 주인공 ‘뱅상 페레스’와 ‘페넬로페 크루즈’를 올해 메인 어트렉션으로 부각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의 경우 ‘우디 앨런’이, 재작년엔 ‘니콜 키드먼’이 각각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앞서 오후 3시에는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이 있었다. 빠뜨리스 쉐로 감독을 위원장으로 한 심사위원단은 맥 라이언, 스티븐 소더버그, 지앙 웬, 아쉬와리아 라이, 카렝 비아르, 에리 드 루카, 쟝 로쉐포르, 다니스 타노비치 등 모두 9명.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맥 라이언은 “내가 칸에 온 것은 이번이 세, 네번쯤 된다”며 “처음 왔을 당시인 17살 때에는 2달러를 갖고 와 해변에서 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니스 타노비치는 “당신들의 영화가 칸에 선택되는 순간이 바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순간”이라며 칸에 초청된 영화관계자들을 추켜 세웠다.
어찌보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업자들에게 영화제보다 더 중요한 ‘필름마켓’은 영화제와 병행해 진행된다. 국가 상호 간에 영화를 사고 파는 칸 필름마켓은 미국의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다. 우리 나라는 올해 시네마서비스, CJ필름, 강제규 필름, e픽처스, 미로비전, 시네클릭아시아, 케이엠 컬쳐, 큐브 엔터테인먼트 등이 부스를 차리고 활발한 판매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핏빛으로 물든 `복수의 칼'

타란티노 감독 6년만의 새영화 `킬빌'

2003년 11월 13일 00:00 목요일
 
 소리없이 눈 내리는 정원. ‘외로운 양치기’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두 명의 여자가 든 칼날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여자 무사들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 오른다. 그들이 다시 착지했을 때, 하얀 눈밭위에 선홍빛 피가 낭자하게 뿌려진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킬 빌’(KILL BILL)에선 천하의 ‘명검’이 전광석화로 어지럽게 춤 춘다. 머리와 사지가 사정없이 잘려 나가고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용솟음친다. 영상물등급위가 ‘제한상영가’를 결정(이번 주말 상영등급을 다시 논의한다)할 정도이고 보면 이 영화의 폭력수위가 어느정도인가 짐작할 수 있을 터.
 어느 한적한 오후, 꿈같은 결혼식을 앞 둔 ‘더 브라이드’와 그녀의 신랑, 그리고 모든 하객들이 의문의 조직에 의해 처참히 살해된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피로 얼룩지고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로부터 5년 뒤, 코마상태의 ‘더 브라이드’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모기에 물리면서 가까스로 깨어난다. 그녀의 뇌리엔 피로 얼룩진 과거가 떠오르고 그녀는 복수 리스트를 작성한다.
 사건인 즉은, ‘더 브라이드’는 전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살인조직 ‘데들리 바이퍼’의 일원이었고, 조직의 보스인 ‘빌’을 포함한 5명의 일원이 새로운 삶을 앞둔 그녀를 처참하게 무너뜨린 것이다. 그녀는 이제 텍사스, 멕시코, 오키나와를 찾아다니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를 실행한다.
 ‘킬 빌’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액션의 절정과 한 여자의 복수가 부르는 핏빛 미학의 절정을 재미있고 시원하게 보여준다. 타란티노는 부분적으론 거장들의 오마주를 차용하지만, 전체적인 형식미에선 결코 구태의연하지 않다. ‘킬 빌’에선 ‘더 브라이드’의 복수여정에 따라 쇼브라더스의 쿵후영화, 사무라이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장르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킬 빌’에 대해 ‘타임’지는 “가장 순수하고 영화적으로 독창적이었던 옛 영화들을 재창조 했을 뿐 만 아니라 대담하게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한 영화”라고 말했다.  
 ‘잔인함의 현란함’은 물을 타지 않은 물감 원액같은 인상을 남기며, 미장센을 탄탄히 받쳐주는 음악은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시네마천국’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등의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선사했던 ‘엔니오 모리꼬네’는 여자의 꿈꾸는 듯한 웨딩장면과 복수를 꿈꾸기 전의 상처받은 슬픔 등을 애조 띤 선율로 묘사한다. 미국의 전설적 힙합집단 ‘우탱 클랜’의 리더 ‘RZA’는 ‘더 브라이드’가 복수하며 갖는 황폐한 심리를 쿵후 액션의 역동적 동선을 따라 갱스터적인 힙합으로 선보인다. ‘사무라이 픽션’의 주인공이자 음악을 맡았던 ‘호테이 토모야스’는 ‘더 브라이드’와 ‘데들리 바이퍼’간 격투신을 록 비트로 들려준다.
 타란티노는 ‘킬 빌’을 세 시간 넘는 분량으로 만들었지만 단 한 컷도 자르고 싶지 않았으므로, 2편은 내년 2월 미국에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94년 ‘펄프픽션’(Pulf Fiction)으로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타란티노는 대중소설과 로저 코먼류의 B급영화 감성, 이야기를 해체하는 장 뤽 고다르의 유럽예술영화풍의 스타일을 섞어 자기만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한 감독이다. 21일 개봉하며 18세 이상, 100분 상영예정이다.<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이창동 장관 오아시스 칸에서도 열광

2003년 05월 20일 00:00 화요일

 

 

 지난 17일 오후 10시 프랑스 칸 ‘소피텔’ 호텔에서는 ‘한국영화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제56회 칸 국제영화제 참석차 현지에 온 한국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우선 감독으로 돌아온 듯한 이창동 문화부장관의 모습의 눈에 띄었다. 이 장관은 ‘오아시스’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희로애락 등 인간 내면에 흐르는 본성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계층이나 국가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기 보다 그저 사람 얘기를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 장관의 ‘오아시스’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피 프레쉬·Fipresci)이 뽑은 ‘올해의 영화’로 선정돼 칸에 초청됐다. ‘오아시스’는 칸과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2002년 감독상과 연기상, 피 프레쉬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상록수’로 ‘회고전’에 초대받은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씨의 모습도 보였다. 신 감독은 인사말에서 “올해 칸에 우리 영화가 못 온 것은 아쉽지만 좋은 작품을 만드는 젊은 감독이 많아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최은희씨는 “북에 납치됐을 때는 한ㄸㅐ 직업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으나 오늘은 젊었을 때 모습을 보는듯해 행복하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씨네파운데이숑 부문에 진출한 ‘원더풀 데이’의 김현필 감독과 단편 ‘사연’으로 감독주간에 초청된 박종우 감독도 축배를 함께 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4년생인 김현필 감독은 “현재 단편 ‘휘파람을 부세요’(가제)를 만들고 있으며 졸업하는대로 장편에 도전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박종우 감독도 현재 새로운 단편제작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영화제 관계자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아 한국영화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자축했다.
이 자리에는 특히 ‘오후의 5시’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한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아버지이자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인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참석해 한국 영화인들과의 우정을 과시했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또 다른 영화제 ‘필름마켓’

2003년 05월 20일 00:00 화요일
 칸 영화제에 출품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지하에서는 또 다른 영화제인 ‘필름마켓’이 한창이다.  
‘필름 마켓’(마르쉐 드 필름·Marche de Film)은 영화제 기간 세계 각국의 영화제작사나 배급사가 영화를 팔고 사는 대규모 시장이다.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외국영화는 배급사들이 ‘필름마켓’을 통해 사들이는 것 들이다.
‘필름 마켓’에는 2월 LA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 10월에 개최되는 ‘밀라노견본시’(Mifed), 아시아권 영화시장인 ‘홍콩 필 마트’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칸 필름마켓’ 규모가 가장 크다.  
각국 영화사들의 부스가 빼곡히 들어선 칸의 ‘마르쉐 드 필름’ 현장 한 켠에서는 연일 시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다른 한 쪽에서는 상담을 벌이는 모습으로 분주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필름 마켓에 뛰어든 업체는 ‘시네마서비스’ ‘KM컬쳐’ ‘강제규 필름’ ‘e-픽처스’ ‘미로비전’ ‘시네클릭 아시아’ ‘큐브 엔터테인먼트’ 등 모두 8곳. 이는 지난해 6개 업체에서 두 개 늘어난 수치다. 
‘시네마서비스’는 ‘국화꽃향기’ ‘대한민국헌법1조’ ‘선생 김봉두’ ‘오 해피데이’ ‘오세암’ 등 완성작 8개와 ‘역전에 산다’ 등 제작중인 영화 5개를 들고 외국인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이는 중이다. ‘시네마서비스’는 같은 영화라도 홍보전략을 각 국별로 다르게 세워 차별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용식 과장은 “똑 같은 ‘선생 김봉두’를 팔더라도 터치(감동)영화를 좋아하는 일본 바이어에 대해서는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코미디를 좋아하는 동남아 국가에는 재밌는 코미디란 점을 강조한다”며 또 “유럽사람들에겐 ‘따뜻하고 기분좋은 영화’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등 차별적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칸에 처음 부스를 차린 ‘KM 컬쳐’는 ‘품행제로’ ‘중독’ ‘이중간첩’ 등 완성작 세 개와 ‘빙우’ ‘오 브라더스’ 등 제작중인 영화를 ‘프리세일’ 중이다. 이 회사 안정원 차장은 “18일 현재까지 ‘중독’을 중국, 태국, 홍콩, 싱가폴 등에 40만달러어치, ‘이중간첩’은 일본에 155만달러에, 동남아 지역에 ‘품행제로’ 10만달러어치를 각각 팔았다”고 밝혔다.
‘강제규 필름’은 특히 제작중인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웬만해선 하기 어려운 미국 ‘유니버셜 재팬’사에 ‘프리세일’ 했다고 밝혀 시선을 끌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사가 높은 금액으로 한국 영화를 구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까지 프리세일을 한 영화는 ‘블루’, ‘단적비연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다른 제작사들도 ‘살인의 추억’ ‘지구를 지켜라’ ‘장화 홍련’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의 영화들이 비공식부문에서의 다섯편 초청이란 영화제에서의 부진을 설욕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필름 마켓’은 폐막식 하루전인 24일까지 계속된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니콜 키드만 칸에 오다

2003년 05월 21일 00:00 (수)

 

 영화 ‘디 아워스’(감독·스티븐 달드리)로 지난해 오스카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니콜 키드먼’이 지난 19일(현지시각) 칸을 전격 방문했다.
니콜 키드만은 공식경쟁 부문인 덴마크 ‘라스 폰 트리예’ 감독의 작품 ‘도그빌’(Dogville)의 여주인공 ‘그레이스’ 역으로 출연해 ‘디 아워스’ 못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미국 로키산맥 아래 자리한 ‘도그빌’이라는 마을에 갱스터의 정부였던 ‘그레이스’가 갱조직으로부터 도망쳐 와서 겪는 이야기를 연극형식으로 풀어낸 장장 2시간58분짜리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니콜 키드먼’은 상업성 짙은 헐리우드 영화와 함께 유럽 예술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는 야심만만한 여배우.
그는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우아하게 연기했으며, ‘디 아더스’에서는 유령역으로 나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올 ‘베를린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모두 상을 받은 그가 ‘2003 칸 국제영화제’까지 석권할 지 주목된다.
니콜 키드먼은 “‘도그빌’은 환상적이면서도 인간의 절대적인 상황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라며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뤼미에르 극장앞에는 니콜 키드먼을 보기위한 구름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

 

 

리뷰 두 편-스위밍풀, 엘레펀트

 

2003년 05월 23일 00:00 금요일

 

 ‘칸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 종착점으로 향하고 있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상영되는 경쟁작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예술성과 감수성을 지니는가 하면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담으며 ‘칸 영화제’란 이름에 걸맞는 값을 하고 있다. 
20일 현재까지 상영된 영화 가운데 관객의 호응도가 비교적 높았던, 혹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스위밍 풀(Swimmig Pool, 감독·프랑수아 오종)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라 모튼’(샬롯 램플링)은 자신이 책을 펴내고 있는 출판사 사장의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작품을 쓰면서 휴식도 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느 날 출판사 사장의 딸인 ‘쥴리’(루드 뱅 사니에)가 등장하면서 사라는 혼란에 휩싸인다. 젊은이 특유의 에네르기를 마구 발산하는 쥴리는 시끄럽게 전화를 한다거나, 매번 남자를 바꾸어 숙소로 데려오는 등 사라의 작업을 방해한다. 처음 쥴리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사라는 그러나, 쥴리의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삼으면서 그녀에게 빠져든다. 
영화는 예술창작이라는 것이 결국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고작 ‘남의 삶이나 훔치는 도둑질이 아닌가’란 화두를 던진다. 
프랑수아는 여행에서 돌아온 사라가 출판사 사장을 만나며 등장하는 딸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관객들이 그때까지 이뤄진 모든 상황이 현실이었는지, 허구였는지 분간을 못하게 만든다. 별장에서 함께 생활한 쥴리가 배다른 딸인가, 혹은 사라의 상상속에서 이뤄진 것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열려진 결말을 던져주겠다는 의도다. 
프랑수와 오종은 ‘스위밍 풀’을 통해 견고해 보이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아도 다른 사람의 침입을 받고 나서는 한없이 연약해지는 ‘자아의 불완전함’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특히 미스테리 스릴러 구조를 통해 예술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진지한 주제를 대중적인 접근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엘레펀트(Elephant, 감독·구스반 산트) 
‘구스 반 산트’는 ‘굿 윌 헌팅’, ‘사이코’, ‘파인딩 포레스터’ 등의 영화로 헐리우드 주류로 주목 받았던 감독이다. 그러나 그의 뿌리는 사실상 ‘내사랑 아이다호’와 같은 독립영화다.
그런 그가 칸 영화제에 영화 ‘엘레펀트’를 공식 경쟁작으로 내놓으면서 오랜만에 자기 색깔을 찾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영화의 무대는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있는 한 고등학교. ‘알렉스’(알렉스 프로스트)와 ‘에릭’(에릭 듈런)은 동급생. 그들은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미식축구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들이다. 그런 학생들이 어느 날, 총기를 우편으로 배달받더니 학교를 찾아가 총기를 난사한다. 
구스 반 산트는 빈둥거리는 아이들의 삶을 쫓다가 결말부분에 이르러 일순간 굉장히 맹렬한 폭력을 등장시킨다. 영화에서 그는 아이들의 폭력의 원인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비윤리적이고 아무 생각없는 폭력이 얼마나 끔직한가를 놀랄만큼 생생하게 묘사할 뿐이다. 영화는 또, 한 가지 상황을 여러 시점에서 보여주는 교차편집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배역에 있어서 실제 배우가 아닌 일반적인 고등학생을 쓰는 등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었으면서도 상당한 흡인력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잔혹극이 아니면서도 그 이상으로 정말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엘레펀트’는 56회 칸 영화제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프랑스 칸=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