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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4월의 어느 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15.





띵동, 휴대전화에 울지 마라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날은 한 겨울의 초입, 비가 와 서늘한 12월이었다. 오후 수업을 기다리던 여고생은 갑작스레 받은 문자에 어리둥절하다 이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학교가 끝날 때까지 꾸역꾸역 시간을 보낸 여고생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멍한 눈빛으로 목적지를 향하던 여고생은 멀리서 건물이 보일 때에야 상황을 파악한 듯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색 옷을 입은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과 그 공간을 가득 채운 여러 사람의 떨리는 목소리, 여고생의 눈앞에 놓인 한 장의 사진까지. 그녀를 둘러싼 모든 환경들이 네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이제 없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모든 일정이 끝나고, 그 사람의 조그마한 몸집을 닮은 작은 항아리 앞에 선 여고생은 조용하게 내뱉었다. 소중한 사람을 처음 잃어 본 여고생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한 마디는 잊지 않을 거예요였다


그러나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고생은 일상을 되찾아갔다.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으며, 고등학교 1학년이던 그녀는 2학년 선배가 되었다새로운 학년과 반에 적응할 때쯤, 4월이 됐다. 그제서야 여고생은 자신이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은 4월의 어느 토요일, 그 사람의 생일이었다.


제법 따뜻해진 4월의 날씨처럼 온기를 되찾아가던 여고생의 마음에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그녀는 그 사람이 없이도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날은 그저 4월의 보통날이었다./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