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4월의 이야기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19.

 

 

 

  4월의 첫번째 이야기,

 

  나의 한 해3월에 시작된다. 대학생으로서 개강 전의 시간은 준비기간일 뿐이다. 아직은 쌀쌀한 3월이 오면 바쁘게 새 학기에 적응해 나간다. 그렇게 4월에 접어들면 학교생활이 몸에 익고, 기온이 올라간 만큼 기분도 괜스레 들떠서 한눈을 팔기도 한다. 나를 한눈팔게 만드는 것은 활짝 핀 벚꽃이다.

 

  추운 날씨를 함께 보내고 활짝 핀 벚꽃이 곁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연 부는 강한 바람과 비가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바람에 지나간 자리에 약해진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꽃비로 내리는 것을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다. 오히려 감동적인데 만개한 벚꽃 못지않게 흩날리는 꽃잎이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젠 그 자리에 푸른 잎들이 활기차게 돋아나고 있다. 이러한 환절기의 날씨와 벚꽃이 우리의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좋은 날, 좋은 때가 오래 지속되길 바라지만 늘 돌연 비바람과 같은 훼방꾼이나 시련이 온다. 당장 비바람이 칠 때는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고, 좋은 날이 모두 간 것 같아서 한숨을 푹 내쉰다. 하지만 비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별거 아니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남은 흔적들이 경험이 되어 내 안에 좋은 시너지로 작용해 새잎이 돋아나듯 도약할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약지 못해서 나에게 이익이 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미리 알아채서 행하지 못한다. 무엇이든 경험한 뒤에서야 깨닫는데, 환절기의 날씨가 그렇다. 이미 옷은 한껏 얇아졌는데 추위가 갑작스레 찾아오면 당황하기도 하고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한번 겪고 나면, 아무리 전날의 날씨가 완벽했어도 다시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가디건 하나라도 가방에 꼭 넣어서 집을 나선다. 환절기를 느끼며 올해의 1/3의 지점에서 환기해보았다. 너무 편안하고 좋은 날을 보내기도 했고, 돌연 그 행복을 훼방 놓는 방해꾼과 부딪히기도 했다. 또 알맞은 진로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했던 활동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앞날에 기여할 양분이 되었기에 그 시간들이 낭비되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힘껏 바쁘게 달리고 있고, 꾸준히 달릴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잘 잡아서 변덕스러웠지만 한껏 온화해진 4월의 날씨보다 5월은 더 따스하고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에게 4월은 환절기이다. 4월의 나는 황량하고 건조한 공기가 밀려나고 색채와 온기가 거리를 덮는 경계에 서있다. 날씨가 좀 더 온화해지고 꽃이 만개하지만 한 번씩 꽃을 샘하여 한기가 덮친다. 환절기를 느낀 다음날의 각오는 전날과 많이 다르듯이, 나에게 4월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나를 재정비하는 계절이 되었다.

 

 

 

 

 

  4월의 두번째 이야기,

 

 

 

 임여사22주년 결혼기념일은 실종 22시간 만에 극적으로 발견됐다. 원래 같으면 당신 또 잊었지?”라고 해야 할 임여사인데, 오늘은 임여사마저 잊은 것이다. 우울해하거나 화내며 한바탕할 줄 알았지만 장내는 조용했다. 임여사 부부는 어두운 거실에 간이 등 하나 켜두고 맥주 잔을 부딪히는 것으로 22주년 결혼기념일을 퉁쳤다.

 

 임여사에게 22년이나 지난 이제는 결혼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 물었다. 맥주를 한 모금 더 들이킨 후 그 소중함이 평범함이 된 것이 중요하다 했다. 무뎌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되었다는 것이다.

 

  임여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억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필자가 정의하길 기억은 잊지 않아야 할 것이고, ‘추억은 잊고 있다 문득 떠오르면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는 것이다. 임여사에게 이전의 결혼기념일은 기억해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날을 잊을 뻔 한 임여사의 배우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을 했고, 되새기며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22주년이 된 지금 임여사에게 결혼기념일은 추억이 된 것 같다. 21번이나 있었던 결혼기념일들을 떠올리면서 씩 한번 웃고, 맥주 한 잔 하면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여사를 보며 기억추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임여사의 결혼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이 이름으로, 날짜로 남은 것은 기억이다. 얼마 전, 416, 세월호 참사가 4주기가 되었다. 우리는 세월호에 대한 기억에 무뎌질 수 없다. 그때만큼은 뜨겁지 않지만 늘 기억해야 할 날이다. 그러면 22년이 지난 후에는 추억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 일부러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챙기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무뎌지면 사회가 무뎌지는 것이고 추억으로 남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침몰하지 않고 사회라는 바다 한가운데 풍랑을 견디며 서있으려면 나부터 생각하고 행동하고 글로 써야 한다. 그런 생각들에 필자는 마음속에 세월호를 띄워본다./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