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 숨 쉬는 인천여행7

우산이 필요한 대한민국 이른 오후, 인천 동화마을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반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중에 우산을 챙겨온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산을 활용한 작품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문득 생각에 잠겼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 동화마을의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비가 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임에도 그저 웃고 즐기기에 여념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익에만 집중한 채, 그늘진 사회문제에는 신경 하나 쓰지 않는 모습. 이 문제를 대비할 우산 하나 챙기지 않은 채. 그렇기에 정치적 비리의 폭우가 쏟아지는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우산도 없이 그 비를 모두 맞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사진 위현민 2016. 11. 22.
백령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들은 1951년 1월, 서해 최북단 백령섬.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백령도 사람들의 십 수배인 2만 명의 사람들은 인민군을 피해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었다. "내 금세 돌아오마" "며칠만 참고 있어라". 고향을 떠나올 때 부모, 처자식에게 던진 그 말이 반세기 넘는 마지막 작별의 인사가 될 줄이야….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1953년 남북을 가로막는 두꺼운 장벽이 쳐졌다. 육지는 3·8선으로, 바다는 북방한계선(NLL)으로 나뉘어지며 사람들도 남쪽사람, 북쪽사람으로 갈라졌다. 고향에 돌아가길 포기한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인천이나 태안 같은 육지로 빠져나갔다. 오매불망, 고향을 잊지 못 하는 사람들은 백령섬에 남았다.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2016. 9. 17.
가마우지가 전해준 백령도 이야기 백령도에 비가 내렸다. 첫사랑 같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빗줄기였다. 남북의 긴장이 팽팽한 지금,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괜찮을까. 지난 13일~14일 찾은 백령섬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다. 그렇지만 이따금 총소리가 들렸고 학교에선 대피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주민은 "연평도 포격 이후 백령도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밤새 포격소리가 들리면 전쟁을 치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북의 사이가 굳어질 때마다 백령도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져가고 있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란 말처럼 백령도의 풍광은 여전히 눈부셨다. 백령도엔 그렇게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침 7시50분 '하모니플라워'호를 타고 연안부두를 떠나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8분. 3시간 30분 .. 2016. 9. 17.
임꺽정의 전설 계양산과 대길가든 계양산은 부평의 진산이자 인천의 대표적인 산이다. 계양산은 인천 곳곳을 축으로 이으며 인천의 허파역할을 하는 산이라 할 수 있다. 계양산을 오르는 길은 워낙 많아 어느 곳 한 곳을 추천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우선 인천둘레길 1코스 출발지인 '연무정'이 대표적인 출발지라 할 수 있다. 연무정을 떠나 계양산 정상으로 오르다보면 '계양산성'을 만날 수 있다. 약 15분쯤 오르면 낭떠러지 같은 석벽을 만나는데 이게 바로 계양산성이다. 팔각정에서 4~5m 떨어진 난간 바깥쪽 지점에 보이는 가파른 절벽은 풀나무로 뒤덮였지만 반듯하게 각이 진 절벽은 인공적인 느낌을 발산하고 있다. 계양산성은 계양산(해발 395m) 주봉에서 뻗어내린 해발 230m 지점에 위치하며 봉우리를 중심으로 테두리를 두르듯 쌓은 '테뫼식' 성이.. 2016.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