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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4월, 내 마음엔 이따금 비가 내린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16.

 

 

며칠 전, 여느 날처럼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하기 바랍니다.”  

소방본부청에서 보낸 문자였다.

 

문자를 확인하고 바로 스마트 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엔 화재 관련 키워드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뉴스 속보 기사엔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제야 제대로 본 창밖의 하늘은 언젠가 봤던 판타지 영화 속 악의 기운이 몰려오는 장면처럼 동강 난 채 한쪽이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우리학교에서도 연기가 다가오는 게 보일 정도인데 인근 동네는 어떨까. SNS에 올라오는 글을 찾아보니 서구와 인접한 부평구 일부 지역에서도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인천을 넘어 일산에서도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게 보인다고 했다. 덜컥 겁이 났다.

 

팀플회의를 하면서, 점심을 먹으면서, 근로를 하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걱정을 접을 수 없었다. 

그 공장의 직원들은 무사할까. 공장 직원과 소방관들의 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화학약품 연기면 몸에 해로울 텐데. 불을 끄지 못하면, 불길이 번지고 번져 더 큰 재난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화재현장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목숨을 걸고 화재진압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활은 평소와 똑같이 흘러가는 게 이상했다 

소름끼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 그런 요상한 기분을 곱씹던 중 갑자기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왜 또 4월인 걸까.”

 

, 벚꽃, 사랑, 새싹, 나들이.

나에게도 한때 4월을 생각하면 이런 싱그러운 것들만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버스커버스커의 1집 앨범을 들으며 동네 한 바퀴 산책하고 싶은 계절. 그게 나의 4월이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시험'이라는 조금 피곤한 키워드도 떠오르긴 했지만 그조차 대학을 졸업하면 끝나버릴 낭만이었다.

 

그러나 2014416일 이후로 나는 4월을 생각하면 다른 단어가 생각난다.

 

세월호 참사

 

아직까지도 세월호 참사 기사를 처음 봤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시간에 출발하려면 계속 시간을 확인해야했지만 시계가 고장나버렸다. 방송 화면 한 귀퉁이에 띄워진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TV를 틀었다.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긴급속보가 떴고, 모든 승객이 구조됐다고 했다. 함께 있던 어머니와 나는 참 다행이다.’라고 대화를 나눴다.

그 뉴스가 오보였다는 걸 확인한 순간도 기억난다. 수업의 쉬는 시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모든 승객을 구조했다는 게 거짓말이었다는 기사가 가득했다. 손이 떨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여전히 그날의 일을 기억하겠지. 부디 한명이라도 더 구조하길 간절히 기도했던, 매일 뉴스를 보며 눈물 짓던, 웃음이 사라졌던 그 해의 4월을 기억하겠지.

 

20184월의 나는 여전히 버스커버스커의 1집 앨범을 들으며 산책을 한다. 음악을 들으며 풋풋하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즐긴다. 바람결은 조금 쌀쌀하지만, 살랑거리는 벚꽃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러다 문득 20144월이 생각나면 두근대던 마음이, 왈랑대던 마음이, 울렁거린다. 눈물이 고일 것 같다. 맑은 하늘 어여쁜 벚꽃이 흩날리는 4, 내 마음엔 이따금 비가 내린다./박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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