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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환절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15.

 

 

 

 

 결국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한 알약은 혓바닥에 남아 쓴 기운을 내뿜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꿀꺽, 넘어갔다. 

 4월은 내게 유난히 지독한 환절기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내게 4월은 꽃가루를 흩날리며 다가오고, 들쭉날쭉한 일교차는 편도가 큰 내게 목감기로 인사하며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편도가 큰 편이네요. 목감기입니다.” 엊그제부터 간질거리던 목구멍이 오늘은 침 한번 삼키기가 힘들어 병원에 간 내게 의사선생님이 한 말이다. 남들보다 편도가 큰 나는 감기에 걸렸다하면 무조건 목감기부터 걸렸다. 특히나 꽃가루가 날리고, 온도차가 큰 이런 환절기에 나는 더 쉽게 목감기에 걸렸다.

그렇게 남들보다 쉽게 목이 아파오는 내가, 목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흑설탕물이다. ‘흑설탕물에 대한 첫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초등학생 때가 생각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침 한번 꼴깍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아팠다. 목이 아프다고, 침 삼키기 힘들다고 말하는 나에게 엄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다란 곰돌이 머그컵에 흑설탕물을 타주셨다. 한 모금, 두 모금 한 컵을 채 다 마시기도 전에 목은 괜찮아졌고, 어렸던 나는 그때부터 아픈 목엔 흑설탕물이 만병통치약이라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단 한 번도 일을 쉬지 않았다. 7시부터 빠르게 흘러가는 엄마의 시계에 내가 목이 아픈 날이면 그 시계의 틈은 조금 더 조여졌다. 추운 겨울에도, 오늘 같은 환절기에도 엄마는 내 흑설탕물을 잊지 않으셨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나는 혼자서도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흑설탕과 물의 비율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나는 컸고, 내 손에 쥐어진 곰돌이컵은 작아졌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바쁜 엄마와 엄마가 챙겨주는 흑설탕물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 인천으로 오게 되었다. 그 덕에 이젠 오늘처럼 목이 아픈 날이면 더 이상 엄마의 흑설탕물을 마시지 못한다. 병원에서 지어주는 약은 빨리 낫긴 하지만 엄마의 흑설탕물처럼 달지 않다. 만개한 벚꽃에 달달한 분홍빛 내음으로 가득한 4월이 내겐 어쩐지 쓰기만하다. 특히 오늘같이 목이 아픈 날이면 더욱 그렇다.

 이 계절을 거치고 나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뜨거운 태양이 날 비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의 4월은 여전히 쓰고 외롭다. 아직도 목구멍에 걸려있는 듯한 알약을 삼키려 애쓸때면, 엄마의 달콤한 흑설탕물이 생각난다. 내게 4월은 아직도 지독한 환절기다./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