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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8-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 벚꽃 지길 기다리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15.

벚꽃이 지길 기다리는 4월의 나

 

 

나는 4월이 되면 벚꽃이 지길 기다린다.

벚꽃이 지면 피어나는 꽃이라는 수식어를 단 겹벚꽃을 보기 위해서이다.

4월의 기억엔 그 꽃이 항상 함께 해왔다.

나는 그 꽃을 찾아가는 것이 나와 4월을 연결하는 것이고, 나와 4월의 순간이라 말한다.


 


 

작년 4월에는 유난히 따스해서 파란 하늘아래 꽃을 볼 수 있었지만, 또 유난히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작년 3월에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훈련기간이 끝날 동안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었다. 학기가 시작되면 나는 마음을 새로 다잡고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할 계획이었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어떤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맑고 화창한 날씨가 많았는데, 나는 편지로만 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답장을 받을 수 없는 편지를 적는 것이 유일한 소통이었던 날들. 그것이 좀 외롭고 우울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겹벚꽃이 피었다고 생각할 즈음에 이 꽃 하나만을 위해 길을 나섰다. 키가 작아 닿을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짧은 행복. 꽃을 보고 행복해한다는 것이 공감이 가질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꽃만 보면 기분이 좋다. 여기저기 뻗친 나뭇가지에 아주 화려한 분홍색 꽃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데, 정말 탐스러워서 매년마다 그 아름다움에 놀란다. 겹벚꽃은 그렇게 날 작게 달래주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4월이 끝나고 남자친구를 보러 전남 장성까지 내려갔다. 그 때를 떠올리면 조용하고 따스했던 순간들이 천천히 머릿속에 맴돈다.

 

반대로 올해 4월은 여전히 쌀쌀하고 흐린 날씨에, 맑은 하늘아래 꽃 보기가 어려웠지만 좋은 기억들이 많이 남는 달이었다. 올해는 날씨가 어떻게 된 건지, 목련이 지기도 전에 벚꽃이 피어올랐고 나는 아직도 두꺼운 겉옷을 벗지 못했다. 글을 쓰기 전에 겹벚꽃을 보러 갔지만 겹벚꽃이 피어오른 아래 지역과는 달리, 우리 동네는 아직 소식이 없었다. 그래도 나에게 행복한 일이 자주 생겨서, 나는 슬픈 마음으로 꽃을 찾지 않아도 되고 위로받지 않아도 된다. 4월이 시작되자마자 내 남자친구는 휴가를 나왔고, 흐르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행복한 첫 주를 보냈다. 쌀쌀한 바람을 뚫고 새롭게 관계를 맺은 사람과 만나기도 하고, 학교생활은 별 일없이 잘 흘러갔다. 또한 나는 연합동아리를 시작하여 또 다양한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던 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움츠리고 있던 작은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있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올해는 내가 웃을 때 겹벚꽃을 보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어릴 적 그 꽃을 처음 발견한 공간은 건물이 들어섰고, 군부대 앞에 있는 몇 그루만이 기다리고 있는 날 위해 열심히 꽃을 피워준다.

그래서 매 번 경주 불국사 정원에 찾아가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을 보고자 약속하지만, 올해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시험과 과제 그리고 여러가지 활동들 때문이다. 여유가 없어진 삶이 슬프지만은 않다.

조금 늦게 하지만 알찬 모습으로 피는 겹벚꽃처럼 속이 가득찬 내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김소양

 

 

2018.04.15

잊지 못할 추억이 가득한 올해 나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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