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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7-1 인하온라인저널리즘

(수정)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5. 3.

제목: 여성폭력 없는 나라를 향하여

강남역 사건 1주기가 다가온다. 작년 5월 17일 30대 남성이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우연히 그 시간, 그 장소에 없었기에 살아남았다.'는 뜻의 해시태그 '#살아남았다'와 함께 sns를 타고 널리 퍼졌다. 추모 물결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넘어와 강남역 10번 출구에 고인을 추모하는 수천 장의 포스트잇이 붙고 수천 송이의 꽃이 놓여졌다.

 여성이라는 점 외에 구체적인 살해 동기나 어떤 대상에 대한 특정도 없었다. 여성들은 분노와 함께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혼자 화장실에 가는 나를 보며, 괜히 걱정되는 마음에 따라나와 입구에서 기다리던 친구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문구는 아직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 가. 바로 살아가고 싶게 하는 대통령이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비유한 헬조선, 고통과 슬픔이 가득한 사회다. 섣부른 희망을 가지기엔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함과 동시에 아직 나에겐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한다거창한 공약을 바라지 않는다그저 이 고통의 나라 안에서 살아가길 두려워하지 않도록 실제적인 삶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는 매우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인정받는 한국도 여성에게 있어서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안고 살게 한다. 나는 이 나라를 믿기 어렵다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국가가 나를 지켜 주리라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언론은 누구나 지나다니는 강남역 대로변을 번화가라는 표현 대신 유흥가라고 보도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범죄의 이유로 "여성이 나를 무시해서 살해했다"고 밝혔다. 언론은 가해자의 개인사정과 동기를 헤드라인으로 뽑아 기사를 냈다. 가해자의 입장에 편향돼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원인을 찾는 제목을 수 없이 봤다. '묻지마 범죄', '우발적 범죄', '원인은 피해망상' 등의 경찰의 발표 내용, 가해자의 목소리를 반복하는 시각에 동조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CCTV를 추가한다거나 공용화장실을 분리해야한다는 정도의 정책은 필요없다. 사회구조적 문제인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엄벌하고 강경대처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짧은 치마를 입지 말고 밤늦은 시각에 돌아다니지 말고 조심하면서 다녀야한다.'고 책임을 묻는게 아니라 언제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책임져 주는 나라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대통령은 가부장적 사회 곳곳에 침투되어 익숙하게 습득된 것들이 잘못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계해야한다. 악의있는 발화와 폭력이 아닐 지라도 한 편의 잣대로 대상을 평가하고 구분 짓는 것이 폭력이다. 홍준표 의원의 '설거지는 여성이 해야한다'는 발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의 원인은 고학력 여성때문이다'는 주장 등 제한된 성역할은 구조적 차별로 이어진다. 가임기 지도, 임신중절 불법 등 여성에 가해지는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원한다. 현행 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적폭력을 포함한 정신적, 언어적 폭력이 가볍게 치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불쑥 튀어나왔다. “한때는 눈물로 얼룩졌던 날들이 나중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뀌는 날이 온다고 김병태 시인은 썼다. 그 이유를 알 게 되는 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저항하고 아픔을 이해해줄 수 있는 대통령을 찾을 수 있을까. 안전하고 믿음직한 사회, 여성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걷어내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게 만들 대통령이 필요하다.

 

 http://botong2story.tistory.com/3 12143074 손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