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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 4월은 잔인한 달 시인 T.S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올해 4월은 나에게 특히 더 잔인한 달이다. 학교 과제와 시험 외에도 공모전이다 뭐다 매일이 미션의 연속이다. 그날 그날의 미션을 끝내지 못하면 나는 게임 오버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럴 순 없어서 이번 주말도 팀플로 이틀을 꼬박 보내게 됐다. 주말에 팀플이라니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4월이다. 나의 작년 4월은 올해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4학년을 앞두고 선택한 휴학. 그 시작은 '좋아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지독한 취업난에서는 결국 어느것이라도 상관없어진다. 의문의 답을 풀기 위해 난 한 회사에 들어갔다. 8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2018. 4. 15.
* 환절기 결국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한 알약은 혓바닥에 남아 쓴 기운을 내뿜는다.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꿀꺽, 넘어갔다. 4월은 내게 유난히 지독한 환절기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내게 4월은 꽃가루를 흩날리며 다가오고, 들쭉날쭉한 일교차는 편도가 큰 내게 목감기로 인사하며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편도가 큰 편이네요. 목감기입니다.” 엊그제부터 간질거리던 목구멍이 오늘은 침 한번 삼키기가 힘들어 병원에 간 내게 의사선생님이 한 말이다. 남들보다 편도가 큰 나는 감기에 걸렸다하면 무조건 목감기부터 걸렸다. 특히나 꽃가루가 날리고, 온도차가 큰 이런 환절기에 나는 더 쉽게 목감기에 걸렸다. 그렇게 남들보다 쉽게 목이 아파오는 내가, 목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흑설탕물’이다. ‘흑설탕물’에 대한.. 2018. 4. 15.
* 봄은 외할아버지 "잠깐 행정반으로 와봐. 할 말이 있다." 선임을 따라 걸어가는 내내 불안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고, 달려가서 짐부터 쌌다. 마산 가는 버스에서는 쉼없이 울었다. 장례식장에 들어가니 슬퍼하는 가족들이 보였다. 주변 모든 것에 어두운 먹빛이 드리워보였다. 2015년 4월, 의무경찰 복무 중 있었던 일이다. 나는 유치원을 들어가기 전까지 외가에서 자랐다. 부모님 두 분이 워낙 바쁘기도 했고, 그때는 집안 형편도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가는 경상남도 함안군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다. 맛있는 단감으로 유명한 마을이고, 외할아버지도 단감농사를 하셨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희미하게나마 유자적한 마을의 분위기와 햇살의 포근함이 떠오른다. 외할아버지는 명절마다 바빴다. 나와.. 2018. 4. 15.
* 게으르고 싶은 계절엔 3월의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던 시기가 지나면 4월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다가온다. 어떤 날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바람으로 옷을 여미게 만들다가도 또 어느 날은 햇빛과 봄바람으로 겉옷을 벗어들게 한다. 하루마다 바뀌는 변덕스러운 날씨는 4월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 같다. 나는 다를 바 없이 흘러간다. 여느 때처럼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변덕스러운 날씨와 다르게 나의 일상은 한결같이 흘러간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꽃샘추위의 날씨 사이사이 찾아오는 봄 날씨는 더 특별하고 설레게 느껴진다. 그런 설렘과 특별함을 더 오래, 더디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쁜 일상 사이에 게으름을 피운다. 해야할 일도 많고 앞만보고 바쁘게 나아가야하기도 부족한 4학년이지만 취준생의 현실을 잠깐 잊고 봄을 느.. 2018.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