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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어쩌면 우리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22.

어쩌면 우리는


"정방형으로 설정하여 정확한 각도로 찍는 사진"

이게 내가 좋아하고 자주 찍는 사진 스타일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예쁜 장소가 보이면 수평을 맞춰 찍고 잘 맞지 않았을 때는 편집에 들어가 각도를 돌려 정리하기도 한다. 

 

내가 처음으로 나간 유럽에서도 사진 찍는 방식은 여전했다. 유럽 특유의 분위기에 휩싸인 채 오랜 세월을 지키고 서 있는 여러 건축물들도 정확히 정사각형 안에 담겨 한 컷의 사진으로 남겨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안정적인 프레임 안에 담긴 모습들이 꼭 귀한 그림을 한장한장 모으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암스테르담 운하고리를 보여주는 커널 크루즈를 탔다. 

도시의 곳곳을 보며 사진을 찍던 중 이런 건물을 만났다. 


처음엔 내가 삐뚤게 앉아있어서 이렇게 보이는 줄로 알았다. 

물결따라 흐르듯 지나가는 나의 시선은 수평을 맞춰보기에 바빴다. 

그 때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설명이 흘러나왔다. 


"지금 보이는 건물들이 다 삐뚤어져 보이시나요? 맞습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암스테르담의 습지 토양 때문으로 모든 건물이 나무 혹은 콘크리트 말뚝을 토양 깊숙히 박아 그 위에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특성상 물 속에서는 썩지 않지만 현재 지하수의 수위가 예전보다 낮아 오래 전에 박아놓은 말뚝은 그의 상층부가 부식되었고 따라서 건물들이 비스듬히 기울어지게 되었습니다. "


자연스럽게 습한 환경에 맞춰 조금씩 기울어진 것이었다. 이건 어떻게 찍어도 정확한 수직 수평을 맞출 수 없는 건물이었다. 


이걸 보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처럼 기울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맞추려고 하며 버티지는 않았나.

이게 맞다, 틀리다의 기준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들을 틀렸다 라고만 말하지는 않았나.


이 날 나는 자연스러움 속에 편안함과 새로운 아름다움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절대로 수직의 정확한 각도는 맞출 수가 없지만 비스듬히 기울어져 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맞대어 기대며 나타나는 모습은 의외로 아름다웠다. 


마찬가지로 이 사회를 혼자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변화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때 개인의 고정되고 딱딱한 삶보다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것 이다.

/신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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