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할머니의 웃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21.


시간은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데려 다 줄 것 같던 두 다리는 세월의 무게에 주저 앉기 시작하며내가 알던 것들 것들은 하루가 다르게 잊혀져 간다노인이 된다는 것그것은 어쩌면내가 가진 것들을 놓아 주는 과정성인에서 다시 유아로 돌아가는 무력함을 경험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외할머니도 흘러가는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지금으로부터 4년전 할머니는 치매를 선고 받으셨다치매는 할머니가 가진 것들을 더 빠르게 앗아 가기 시작했다할머니의 머릿속에 있는 최근의 기억들부터 조금씩 그리고 점점 빠르게어제의 일을 까먹기 시작하던 것이 지금은 손주인 내 이름도장녀인 엄마와 장남인 큰 외삼촌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말에 있던 할머니의 팔순잔치에서 나는 2년만에 할머니에게 내 이름이 불렸다. '거기 아저씨', '아들'이 아닌 '정훈아'로 불린 것이다. 할머니는 "정훈아, 동생하고 사이좋게, 건강하게 지내고해여. 그리고 엄마한테 잘혀" 하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하시는 할머니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치매를 앓게 된 이후로 할머니는 눈물이 부쩍 많아 지셨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속상함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하신다. 헌데아이러니하게 웃음도 덩달아 많아 지셨다. 그동안 이고 있던 걱정들과 말 못했던 일들을 잊고 나서야 찾아온 웃음이었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웃음이 싫지 않다. 할머니의 웃음은 정말이지 근심 없이 행복해보이는 그런 웃음이기 때문이다. 그 웃음을 보노라면 보는 이도 따라 웃게 된다. 


--

 할머니! 팔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나쁜 기억들은 잊고 좋은 기억들만 추억하시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밝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길 바라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16. 11.21 손주 이정훈 올림

/이정훈

'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 > 2016인하저널리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에 대한 단상  (0) 2016.11.22
살아가자 해바라기같이  (0) 2016.11.22
우리가 꿈 꾸는 세상  (0) 2016.11.21
전망대의 노래  (0) 2016.11.21
후회 없는 선택  (0) 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