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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

한 세기 전과 2016년의 공존

by 김진국기자 2016. 9. 17.

밤색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천시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곳은 인천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인천엔 근대건축물들이 참 많은데요. 남아 있는 것도 많지만, 과거에 있다가 사라진 건물도 이 곳에서 볼 수 있지요."

 

관광해설사의 입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 이 전시관도 여기 있네요? 아 여기가 일본제18은행이었구나."

 

밖은 단단한 화강암과 벽돌··타일과 콘크리트 블록재 등을 혼합한 모르타르도 돼 있으나 안에 들어가자 붉은 벽돌을 쌓아놓은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석조건물의 외관을 갖춘 '고전적 절충주의 양식'이다. 주 출입구 위 화려한 석주장식은 건물의 위엄을 보여준다.

 

존스톤별장, 알렌별장, 오례당주택 등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하 근대건축관)엔 작고 아기자기한 모형으로 만든 근대건축물들이 즐비하다. 1920년대 인천 중구지역 전체(제물포)를 축소해 놓은 모형도 만날 수 있다. 인천의 개항기가 어떻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알고 싶다면 이 곳을 찾으면 된다. 인천 중구의 역사는 곧 인천의 역사이기도 하다.

 

근대건축관 안내자는 "그냥 둘러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공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신기해하고 좋아하신다""오시는 분들은 공부하듯이 매우 꼼꼼히 전시물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이때문인지 전시관엔 매달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발걸음을 한다.

 

이 건물이 처음 지어질 당시엔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18은행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활동하던 상인들이 187718번째로 세운 국립은행이다. 일본은 은행을 세우면서 설립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 해외에 세운 최초 지점인 구 일본제18은행 인천지점이 지금의 자리에 들어선 때는 189010월이다. 출장소 형식으로 운영되던 은행은 1903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1936년엔 인천, 서울, 부산지점을 포함해 전국 9개 지점을 '조선식산은행'에 양도한다. 이 은행은 19066월부터 지방에 설립한 6개 농공은행의 권리와 의무를 계승한 곳이다.

 

조선총독부는 조선에서의 농업생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일본인의 직접적인 투자와 경영에 의존하는 대형 개발은행으로 조선식산은행을 설립한 것이다. 쉽게 말해 조선의 식민지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식민침탈기관이었던 셈이다.

 

광복 이후인 1954년 이 곳은 '한국흥업은행'으로 다시 태어난다. 상공은행과 신탁은행이 합병한 은행이다.

이후 개인이 소유하게 된 이 곳은 '열애'란 술집이 있었고 한 때 중고가구 도매상도 들어왔었다. 그러던 중 2005년 중구청이 매입하며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시민들을 만나게 됐다.

 

1980년대만 해도 근대건축관 주변엔 '룸살롱'과 같은 술집이 즐비했다. 유흥주점은 물론이고 먹을 곳도, 놀 곳도 넘쳐나는 곳이 중구였다. 그러나 1985년 인천시청이 구월동으로 이전하며 인천의 상권도 따라 움직인다. 이후 가쁜 숨을 헐떡이던 중구는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등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점차 활기를 얻어가는 중이다.

 

최근 '가화만사성'이란 공중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주말이면 차이나타운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에 맞춰 먹을 곳과 마실 곳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중구가 정말 활성화 되려면 현재 개방한 8부두를 주차장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현재 8부두를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8부두를 해수욕장과 같은 시민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쉬다 갈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근대건축관 건너편엔 카페가 들어섰다. 근대건축관 주변, 유흥주점이 있다 떠난 자리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들이 채우는 중이다. 마치 한 집 건너 카페, 한 집 건너 식당이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중구엔 인천근대박물관, 단청박물관, 재미난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도 적지 않다.

 

근대건축관을 휘휘 돌아보고 나오니 코발트 블루의 가을하늘에 눈이 부시다. 100년의 타임머신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귀환한 느낌이다. 앞으로 100년 뒤 이 자리엔 누가 서서 저 파란 가을하늘을 보고 있을까.

 

 

/글 김진국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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