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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

제물포항과 월미도

by 김진국기자 2017. 2. 21.


새하얗게 눈이 쌓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젖은 낙엽과 눈이 녹으면서 만들어낸 흙탕물. 입춘을 지낸 월미공원 산책로는 질퍽하다. 하지만 해가 들지 않은 한 켠엔 여전히 흰눈이 덮여 있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묵묵히 지나쳐 간다.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여인들도 만난다. 그들의 표정에서 '숲 속 망중한'을 즐기는 산책의 즐거움이 흘러내린다.

반 세기 동안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월미산은 10여년 전 부터 '월미공원'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월미산의 허리를 빙 둘러 완만한 나선형태로 된 산책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사유, 소통과 교감의 시간을 선물한다. 정상까지 오르는 40여분 동안 사람들은 개쑥부쟁이, 구름버섯 같은 희귀식물을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아무르장지뱀과 곤줄박이도 조우할 수 있다.  

한 쪽은 산, 다른 한 쪽은 바다이다.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가 바다 쪽을 바라다 본다.여러 모양으로 각이 진 도크 사이로 수만t급의 거선들이 천천히 오가고 있다. 철제빔이나 자동차, 컨테이너와 같은 화물을 잔뜩 집어삼킨 거함들이 "부-웅" 소리를 내며 너른 바다로 나아간다. 크레인들은 하늘에 닿을 듯한 높이로 쉴 새 없이 화물을 실어나르는 중이다. 인천항엔 '갑문'이 있다. 10m에 이르는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려고 만든 항만시설이다. 1974년 완공한 갑문은 5만t급의 배까지 드나들 수 있다.  

인천항의 본래 이름은 '제물포항'이었다. 조선초기, 제물포는 군사요충지였다. 제물포항이 문을 연 때는 1883년이다. 조선은 일본과 맺은 불평등조약인 제물포조약(조일수호조약) 때문에 제물포항의 빚장을 외세에 내어준다. 인천항은 이후 이용객과 화물이 크게 늘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 2015년엔 송도국제신항이 개항하면서 인천은 국제항구도시로 거듭났다.

 

인천항 본래 이름은 '제물포항'1883년 개항·도약

… 크루즈 모항 변신 앞둬


반세기 닫혀있던 월미산 10여년 전 개방 

 

 



엊그제 인천항에선 작은 사건이 터졌다. 인천 크루즈 모항 시대를 열겠다며 7일 출발하려던 크루즈선의 출항이 돌연 취소된 것이다. 11만4000t급 크루즈선 '코스타세레나 호'는 7일 인천을 출발해 6박7일 간 중국 상하이와 일본 가고시마를 거쳐 13일 인천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이탈리아 선사인 코스타크루즈 소속의 이 배는 길이 290m, 폭 35.5m로 승객 3780명, 승무원 1100명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이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는 코스타세레나 호의 '인천 모항' 플랜을 세우고 송도국제도시 신국제여객터미널에 임시 크루즈부두를 개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크루즈 관광객을 모집한 국내 여행사인 투어컴크루즈는 모객 부족으로 크루즈 선사와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전해온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광객을 3000명 이상 관광객 모집하기 위해 18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40만 원선까지 낮추며 승객모집을 했지만 최종 모집 승객은 1915명에 불과했다. 시와 IPA는 2019년 새 국제여객터미널 정식 개장에 앞서 터미널 내 임시 크루즈 전용부두를 마련한 것을 계기로 인천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인천항은 앞으로 시민친수공간으로 재개발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벌크화물이나 컨테이너는 북항이나 송도신항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천항을 크루즈 모항으로 변모시키려는 것이다. 2019년 남항엔 크루즈 모항이 건설된다.  

월미산책로 중턱에 이르자 바다를 향해 있는 '돈대'가 나온다. 조선후기 해안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쌓은 군사시설이다. 지금의 월미돈대는 실제 있던 자리가 아니고 문헌을 통해 추정한 위치에 재현해 놓은 것이다. 돈대에 서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끝과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굵고 하얀 선, 인천대교가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조금 더 걸어내려가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악!" 하는 소리까지 터져나온다. 월미문화의거리에서 나오는 소리다.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스릴을 만끽하는 중이다. 놀이기구는 물론, 월미문화의 거리는 워터스크린, 야외무대까지 갖춰져 인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얼마 안 있어 월미공원엔 봄이 깃들기 시작할 것이다. 사계절의 순환, 우주의 복원력은 놀랍도록 성실하다.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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