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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

인천우편국, 인천우체국

by 김진국기자 2017. 2. 7.



'김제동의 톡 투유, 2월 14일 중구문화회관공연장'. '2017년 1월은 정기분 등록면허세 납부의 달입니다'. 

인천 중구청 동쪽 담벼락, 한켠에 서 있는 게시판에 갖가지 홍보게시물들이 구민들에게 얘기를 건넨다. 문화예술 소식에서부터 행정처분 결과에 이르기까지, 게시판은 여러가지 정보로 넘쳐난다.  

연휴 끝에 찾아온 '동장군'을 맞딱뜨린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중구청 담벼락을 지나치는 중이다. 담벼락 앞, 겨울벤치 위에 쌓인 눈은 그대로 하얗게 얼어붙었다.

중구청 담벼락이 늘어선 이 자리엔 오래 전 '인천우편국'이 있었다. 1896년 일본영사관에 붙은 관사를 헐고 그 자리에 세운 건물이다.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1876) 뒤인 1884년 일본은 인천의 일본영사관 안에 우편국을 설치한다. 이는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근대적 통신제도의 시행을 의미한다.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편국의 확장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일본은 관사를 헐고 청사를 신축한다.  

인천우편국은 전적으로 일본인들을 위한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우편국의 주업무는 군함이나 정기선을 통해 들어오는 일본의 우편물을 취급하는 일이었다. 고 신태범 박사는 <인천한세기>에서 '당시 경인가도는 정비가 부실하였고 오류동 근방에는 가끔 도적이 출몰하여 권총과 일본도로 무장을 하고 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때로는 값진 물건과 현금이 왕래했을 터이니 서부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광경도 있었을 법하다. 위탁경영을 하던 내리 우편소 소장에 사토 라는 험상궂게 생긴 늙은이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장 체송인(우체부) 출신이 아닌가도 싶다' 밝히고 있다.  

1896년 일본영사관 관사 일부 헐고 '인천우편국' 세워
1905년 '인천우체사'와 통합 … 1924년 인천우체국 지어 이전
현재 이 자리에 중구청 담벼락 정겨워 

 


우리나라의 독자적 우편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1884년 11월 17일 서울과 인천에 우정총국과 분국이 각각 들어섰다. 서울과 인천의 수장은 병조참판 홍영식과 민족 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이었다. 이때 최초의 우표인 '문위(文位)'가 발행되기도 했다. 인천감리서 안에 설치된 인천분국에선 월남선생을 비롯한 직원들이 한복을 입은 채 서신에 파란 스탬프를 찍었다.

하지만 12월 4일 우정총국 개업 축하연에서 터진 '갑신정변'으로 우정국은 폐쇄된다. 우리 우편이 재개된 때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1895년이다. 이때 문위우표 대신 태극우표를 발행했으며 마찬가지로 서울과 인천에 우체사가 들어섰다.  

인천우체사의 관할 구역은 제물포항 일대와 인천 읍내였다. 하루에 한 번 배달을 했으며 아침 9시에 인천분사와 서울우체사에서 각각 출발한 우체부가 지금의 오류동에서 만나 우체낭을 교환했다. 

그러나 이 인천우체사는 영사관 안에 있던 우편사무소를 인천우편국으로 개편한 일본에 의해 1905년 5월 통합된다. 이후 1910년엔 총독부 체신국이 우리나라 우정제도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목조 2층건물이던 인천우편국은 이후 우체업무와 전화업무가 확장되며 1924년 지금의 인천우체국(인천중동우체국)을 지어 이전한다. 

인천우편국이 있던 자리인 인천중구의회 앞엔 지금 중구청 돌담길이 만들어졌다. '바다로, 하늘도, 세계로.' 돌담엔 인천을 알리는 표어가 금글씨로 박혀 있다. 중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와 중구의 트래킹코스인 '개항누리길' 약도도 보인다. 중구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약사를 정리해 놓기도 했다. 

돌담길을 걷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무심코 오른 쪽을 돌아본다. '토·일요일은 짜장면 2500원'이란 푯말을 내건 중국음식점이 오두마니 앉아 있다.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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