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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논설실의 아침17

인천가치재창소 싣고 달리는 수인선 "꼬마열차가 덜컹거리며 바다 위 소래철교를 천천히 지날 때면 마치 커다란 장난감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어. 기관사 아저씨도 동네 삼촌처럼 정겨웠고, 네모난 열차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그걸 가려주는 빛바랜 핑크색 커튼도 생각 나…" 4년 전, 인천을 찾은 연극인 박정자 씨는 고향을 이렇게 회상했다. 소래에서 태어난 박 씨와 가족에게 '수인선'은 대중교통의 전부였다. "열차가 어찌나 아늑한 지 가족이 함께 타고 가면 꼭 소풍가는 거 같았어. 근데 아침에 타면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넘쳐났지. 나 같은 꼬마들은 숨이 막혀 컥컥대기도 했지만 그 것도 재밌었어요." 가수 이용은 어린 시절, 외가가 있는 수원에 가기 위해 엄마 손을 잡고 자주 수인선에 오르곤 했다. '수인선'은 그러나 낭만의 철도라기보다는.. 2016. 9. 14.
인천에 국립음악박물관 유치를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리던 날이다. 차 라디오에서 노래 '아침이슬'이 흘러 나왔다. 양희은이 아닌 김민기의 목소리였다. 단전에서부터 밀려 올라오는 깊은 내면의 소리였다. "투-둑, 투두둑" 차창을 치는 빗소리가 효과음처럼 앙상블을 이뤘다. 문득 30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새내기. MT에서 노래를 시키자 수줍은 미소로 얼굴이 빨개졌던 소녀. 큰 목소리로 '아침이슬'을 부르던, 고등학생의 젓살이 채 빠지지 않았던 그 소녀의 통통하고 하얀 얼굴이 떠올랐다. 연두빛 이파리 같은 첫 사랑의 추억이었다. 영화의 다음 장면처럼, 최루탄과 전투경찰들이 난무하던 거리가 이어 등장했다. 80년대 중반 바보 같던 내 '젊은 날의 초상'까지도. 단지 '아침이슬'을 들었을 뿐인데…. .. 2016. 9. 14.
문화도시는 어떤 도시?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걸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세계적 콘서트홀을 가진 도시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프린지 페스티벌'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처럼 축제 하나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도시를 얘기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프랑스 파리처럼 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를 가리키는 것일까. 너도 나도 '문화도시' 혹은 '문화'를 얘기하지만, 사실 우린 '문화도시'란 개념을 알기 어렵다. 인천시가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제시한 '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의 내용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시가 지난 주 발표한 착수용역 보고서는 78쪽에 이른다. 책을 들춰보자. '문화도시 패러다임의 확산, 지역문화정책의 법제적 기반 마련, 인천의 가치와 연계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비전-목표 설정'… .. 2016. 9. 14.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추억 베넬롱곶(Bennelong point) 바다는 시시각각 변했다. 햇볕이 쨍쨍할 땐 비치색이나 푸른색이다가도 석양이 질 때면 주홍색으로 출렁였다. 밤이 오면 바다는 보라색이나 노란색을 띠었다. 기괴한 모양의 '콘서트홀'을 밝히는 조명 때문이었다. 그런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오페라하우스'는 돛이 여러 개인 범선 같기도 하고, 로마병사의 화려한 투구처럼도 보였다. 아치형의 다리 '하버브릿지'는 오페라하우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명화의 배색처럼, 베테랑 조연처럼 오페라하우스 뒤에 서서 완벽한 구도의 '작품'을 빚어내고 있었다. 지나치게 외관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용성이라곤 손톱만치도 없을 것이란 예상은 억측이었다. 평일이었음에도 콘서트홀엔 자리가 없었고, 표정으로 보아 대부분 관광객들이 틀림없었다. 오페라.. 2016.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