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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지리지8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인터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당당한 가난을 노래하다 “중미야, 이거 좀 저 아랫집에 갖다주고 오니라.” 싸전(쌀가게) 한켠에서 작은 책에 코를 박고 있던 소녀가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눈도 얼굴도 동그란 아이였다. 소녀가 읽던 부분의 책장을 천천히 접고 일어섰다. 책을 살며시 내려놓은 소녀는 할머니가 건네준 부침개 그릇을 들고 깡총깡총 뛰어나갔다. “할머니~ 갖다주고 왔어요. 잘 먹겠다고 전해드리래요.” “옳지, 이건 저 윗집에 좀 갖다주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또다시 소녀의 품에 음식을 안겨주었다. ‘관동’의 골목길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 것일까. 수건을 뒤집어쓴 할머니의 이마에도, 소녀의 앙증맞은 콧등에도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다. 할머니의 싸전은 지금의 인천시 중구.. 2016. 9. 24.
배우 전무송 “연극의 나의 꿈” 어린 시절 뛰놀던 중앙시장과 양키시장의 추억 “춘향아 너는 어띠하여(어찌하여) 변사또의 수텅(수청)을 거부했던 것이냐. 다토디동(자초지종)을 말해보거라.” 매화 두 송이를 꽂은 어사또 관모를 쓰고 부채로 입을 가린 아이가 대사를 뱉어내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고 녀석 참 야무지네.” “사내아이가 어쩜 저렇게 예쁘게 생겼을까?” “예쁘긴, 애어른 같은 걸.” 이목구비는 물론, 얼굴까지 동글동글한 아이를 보는 관객의 반응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극장에서 열린 학예발표회에서 이몽룡 역을 맡은 여섯 살배기 무송의 발음은 어눌했다. 그렇지만 대사 하나 틀리지 않았고 동선도 자연스러웠다. 영화유치원 병아리들의 연극이 끝나고 박수갈채가 터지자 무송의 큰어머니가 부리나케 무대로 달려나왔다. .. 2016. 9. 20.
김구라 "방송 분야서 인천 널리 알리고파" 김구라(본명 김현동, 47세)가 녹화 중인 CJ E&M스튜디오에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봄비를 시샘하는 걸까.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빛 벚꽃 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나풀나풀 땅에 떨어진 꽃잎들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약속시간이 5분쯤 지났을 때, 김구라 매니저가 스튜디오 안에서 걸어나왔다. “녹화가 덜 끝난 것 같아요. 녹화라는 게 끝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거든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얼굴에 와 닿는 훈훈한 바람과 봄의 전령사 벚꽃잎들의 군무. 봄비 때문에 하늘이 흐렸지만, 봄은 또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었다. “녹화 끝났습니다. 들어오세요!” 스튜디오 마당 벤치에 앉아 게으른 봄을 즐기고 있는 기자를 향해 매니저가 소리쳤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일어섰다. 흩어졌던 상념들도 하나둘 .. 2016. 9. 18.
송창식 "노래는 나의 꿈 나의 고향" 어린 시절의 추억 긴담모퉁이 ‘긴담모퉁이’를 돌아가면 엄마가 있을 것만 같았다. 긴담모퉁이 담벼락에 피어난 개나리처럼, 화사한 웃음으로 “창식아” 하고 부르며 달려와 와락 끌어 안아줄 것만 같았다. 모퉁이를 따라 몇 십 바퀴를 돌았던가. 벚꽃처럼 부서져 흩날리던 봄 햇살은 사라지고 하늘이 시나브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던 사내아이는 때에 절어 딱딱해진 옷소매로 쓰윽 눈물을 훔쳤다. 우두커니 서서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던 아이가 털썩, 모퉁이 한쪽에 주저앉았다. 아이는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냈다. 삼촌이 군에 입대하며 선물한 것이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이가 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 2016.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