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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72

신문의 날을 보내며 그러니까 ‘신문’씨가 행방불명 됐다는 걸 안 건, 지난주 우리 집이 한바탕 뒤집어졌을 때였어요. 나쁜 일로 뒤집어진 건 아니었고요. 미세먼지로 텁텁하기만 한 봄, 집이라도 새로 단장해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자, 뭐 그런 의도랄까요. 때가 탄 벽지를 띄어 내고 푸른 페인트를 바르려던 참이었어요. 페인트는 바닥에 묻으면 닦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니까, 뭐라도 깔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때 생각난 것이 ‘신문’ 씨였어요. 저는 분리수거장으로 뛰어 내려갔어요. 하루 소식을 전해주고 맡은 바를 끝낸 ‘신문’ 씨는 으레 그곳에 누워있곤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분리수거장에 내려갔을 때, 수많은 종이 쓰레기들 사이로, 회색빛 빳빳한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때야 더 이상 그곳에는 ‘신문’ 씨가 없다는.. 2018. 4. 19.
썰밀물밀 '지방'이란 단어는 '중앙'이란 단어의 하위, 혹은 종속적 뉘앙스를 풍긴다. 중앙은 왠지 서울스럽고, 지방은 왠지 시골스럽다. 중앙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우월하고 긍정적인 어떤 것을 연상하고, 지방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는 열등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중앙 vs 지방'의 이분법적 구분으로 중앙집권적 경향을 심화시켜왔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부분의 에너지가 중앙으로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서울 외 지역의 유기적 에너지 교환관계는 철저히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 바로 옆인 인천만 해도 공장, LNG인수기지, 화력발전소, 수도권매립지와 같은 온갖 위험·혐오시설이 들어선 반면 서울은 중앙이란 미명 아래 열매만 가져갔다. 중앙집권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한 때는.. 2018. 4. 15.
4월7일은 신문의 날 사진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신문기자들이 1년 중 쉴 수 있는 날은 꼭 두 번뿐이었다. 신문의 날(4월7일)과 어린이날(5월5일)만 펜을 놓는 것이 허용됐다. 경찰서와 병원응급실, 사건 현장을 밤낮 없이 누벼야 하는 기자들에게 주말과 공휴일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지만 신문의 날과 어린이날만큼은 모처럼 휴가가 주어졌다. 그날만이라도 가족과, 자녀와 지내라는 의미였다. 신문의 날은 1896년 4월7일 창간한 순한글판 신문 '독립신문'(獨立新聞) 창간일을 기념해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57년 제정했다. 신문의 날을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 창간일(1883년 10월30일)로 정하지 않은 것은 신문의 탄생배경과 연관성을 지닌다. '강화도조약'(1876) 뒤 일본은 조선의 지식인들을 일본으로 초청한.. 2018. 4. 5.
나는 미세먼지가 싫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 나오는 무진이란 도시의 안개는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한다. 눈을 떠 보면 바로 앞산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 김승옥은 이를 '여귀의 입김'으로 묘사하며 사람의 미래를 더 무시무시하게 써내려간다. 이 작품이 에 발표된 때는 1964년. 군사정권이 산업화를 추진하던 시기였다. 개인은 없고 국가와 사회만 있는 그런 시대. 김승옥은 거대담론이 .. 2018.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