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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비친 인천 100년

최초의 등불을 밝히던 곳은 지금

by 김진국기자 2017. 2. 27.

송월동 남경포브아파트 자리에 과거 '인천전기주식회사' 설립
1906년 발전소 들어섰다 1922년 폐지 … 건물 언제 사라졌는지는 잘 몰라
인천의 허파지만 똥바다로 불리는 '북성포구' 친수공간 조성 방식 고심


'만석고가교'에 올라 인천역 방향으로 시선을 던진다. 차이나타운으로 진입하는 입구, 대감의 수염 같은 패루가 서 있다. 오른편 대한제분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공장들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포구와 골리앗 같은 공장들, 철길 옆 낡은 건물들. 이것들은 인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포트폴리오다.  

U자형으로 휘어진 경인선 철로 위로 열차가 지나간다. 낡은 건물들 한 가운데 우뚝 선 2동의 건물. '남경포브 아파트' 자리엔 과거 '인천전기주식회사'가 있었다.

인천에 전등설비가 들어온 때는 1886년 12월이다. 초대 미국 공사 '푸트'는 조선 정부로부터 전등 가설권을 얻는다. 이후 인천 무역상인 '타운센트 상회'를 통해 16촉짜리 전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의 전등설비를 들여온다.  

1887년 3월 경복궁에 전등을 달기 시작한 이래, 인천에서도 1905년 6월 인천전기주식회사가 설립된다. 각국외국인 39명이 출자한 기업이었다. 자본금 12만5000원으로 세운 이 회사는 1906년 4월 인천이사청(인천일본영사관의 후신)의 특허를 얻어 중구 송월동 2가 지금의 남경포브 아파트 자리에 발전소를 차린다.  

이 건물의 외관은 발전시설이라기보다 장식을 한 창고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건물좌우 벽체상부를 거친돌로 마감, 장식했으며 창문상부는 반원아치로 처리했다. 손장원 재능대 교수는 "좌우벽체 상부를 거친 돌로 장식하는 방식은 제임스 존스턴 별장에서 보듯이 당시 많이 쓰이던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좌측 중앙 출입구로 추정되는 위치의 지붕엔 돔을 올리는 등 일반건축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천전기주식회사는 일본석탄을 사용하는 200kw 규모의 화력발전소였다. 100kw 규모의 직류 화력 발전기 2대로 시작한 발전소는 한달만에 1000여개, 2개월 뒤엔 1800여 개의 등을 밝혔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 관장은 "살 한 되에 18전, 쇠고기 한 근에 40전 하던 때에 반야등 16촉 1등 1개월 사용료가 2원, 종야등 16촉 1등 1개월 사용료가 3원이나 돼 한국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 했다"고 말했다. 

인천전기주식회사는 호황을 누려 1910년 말엔 690가구에 3860등을 공급하는 규모로 성장한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새 설비를 도입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1912년 7월 '일한와사' 전기주식회사에 22만5000원을 받고 회사를 넘긴다. 일한와사전기㈜는 1915년 9월 '경성전기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1922년 발전소를 폐지한다. 이 건물이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후 이 자리엔 한국전력 인천지점 창고가 있었으며, 지금은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대한제분 공장이 있는 방향은 북성포구가 위치하는 곳이다. 지금 인천은 북성포구 개발문제로 뜨거운 논란이 이는 중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북성포구 북측 수로 7만1540㎡를 매립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똥바다'로 불리는 북성포구의 일부를 매립해 악취민원을 줄이고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1970년대 매립으로 생긴 북성포구는 십자모양의 골을 이루고 있는데 한 쪽 골을 매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무조건적 매립보다는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성포구는 도시의 숨통을 틔워주는 인천의 허파같은 곳이어서 매립은 안 된다는 것이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부장은 "수산청의 입장은 한쪽 골을 매립해 소래포구와 같은 명소로 만들겠다는 건데, 완전히 매립하기보다는 군데 군데 매립을 통해 섬처럼 만드는 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만석고가교 위에서 바라보는 인천의 파노라마가 조금은 정겹게, 조금은 무겁게 다가온다.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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