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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인천여행

백령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들은

by 김진국기자 2016. 9. 17.

19511, 서해 최북단 백령섬.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백령도 사람들의 십 수배인 2만 명의 사람들은 인민군을 피해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었다.

 

"내 금세 돌아오마" "며칠만 참고 있어라". 고향을 떠나올 때 부모, 처자식에게 던진 그 말이 반세기 넘는 마지막 작별의 인사가 될 줄이야.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1953년 남북을 가로막는 두꺼운 장벽이 쳐졌다. 육지는 3·8선으로, 바다는 북방한계선(NLL)으로 나뉘어지며 사람들도 남쪽사람, 북쪽사람으로 갈라졌다.

 

고향에 돌아가길 포기한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인천이나 태안 같은 육지로 빠져나갔다. 오매불망, 고향을 잊지 못 하는 사람들은 백령섬에 남았다.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그게 원조가 돼 만들어진 백령도의 대표적 음식이 바로 '백령냉면'이다.

 

백령에서 재배한 모밀을 원료로 만드는 백령냉면은 일반 냉면과 국수의 중간 정도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뼈를 푹 고아 만든 뿌연 육수에 까나리액젓, 들기름, 겨자, 식초를 적당히 넣어 먹는 백령냉면은 백령사람들은 물론, 인천사람들이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이와 함께 모밀피에 백령도굴과 김치를 넣어 만두처럼 만든 짠지떡, 녹두를 갈아 김치와 여러 야채를 넣은 부치기(녹두부침개), 기름을 쪽 빼고 살이 두툼한 삶은 돼지고기 등도 백령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백령도음식을 만드는 식당은 백령도와 인천 10곳 정도 된다. 인천과 백령도의 대표적인 식당 2곳을 소개한다.

 

 

 

 

** 백령도 메밀 청풍면옥(인천시 간석동 572-10번지, 032-426-8380)

 

살얼음 살짝 물냉면, 짠지떡과 먹으면"바로 이 맛이야"

 

백령도 원주민 김종갑씨가 최근 문을 연 백령냉면 전문식당이다.

 

김 대표는 남구 도화동 '백령면옥' 요리사를 지내다 이번에 독립해 오픈을 했다. 따라서 이 집의 음식은 '10년이 넘는 관록'으로 만든 맛이라 할 수 있다.

 

물냉면, 비빔냉면, 반냉면과 녹두빈대떡, 짠지떡, 삶은 돼지고기가 주 메뉴다. 물냉면의 맛은 육수가 좌우한다. 청풍면옥은 신선한 고기와 양파, 무 등 싱싱한 야채를 재료를 넣고 오래도록 끓여 육수를 우려낸다.

 

이 육수를 살얼음이 살짝 얼리도록 보관해 메밀가락에 부어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비빔냉면은 매콤달콤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백령도산 고춧가루와 양념을 사용하므로 천연재료라 할 수 있다.

 

짠지떡은 전국 어디서도 맛 보기 힘든 별미 중의 별미이다.

 

메밀로 만두피를 만들어 그 안에 숙성한 김치와 생굴을 넣어 빚어낸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다. 만두피가 메밀이다보니 씹는 맛도 그만이고 소화도 잘 된다.

 

백령도말로 '부치기'라고 부르는 녹두빈대떡도 맛이 그만이다. 녹두가루를 갈아 갖가지 야채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부치기는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다.

 

칼국수는 다시마, , 호박, 당근을 넣어 끓인 육수에 진득하면서도 쫄깃한 면발을 끓여낸다. 면도 국물도 여느 칼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처럼 백령도음식을 파는 식당은 인천의 경우 '백령도 메밀 청풍면옥'을 비롯해 제물포, 주안, 부평 등지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식당의 주인들이 모두 백령도 사람들이란 사실이다. 백령도 현지에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곶식당, 신화평양냉면 등 4~5곳이 운영 중으로 백령도에 가면 반드시 들려야 할 필수코스다. 백령도 음식엔 백령섬과 북한의 정서가 함께 녹아 있다.

 

 

** 콩사랑 콩깍지(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2943번지, 032-836-6200)

 

해풍 맞은 백령도콩으로 만든 두부요리 전골 국물 속이 확 풀려요

 

 

해풍을 맞고 자란 백령도콩으로만 음식을 만드는 두부요리 전문점이다.

 

백령도산 굴과 콩을 갈아만든 굴순두부, 얼큰한 짬뽕순두부, 씹는 맛이 그만인 모두부가 주 메뉴이다. 이와 함께 뜨끈뜨끈한 두부전골, 걸죽하면서도 담백한 콩비지, 고소한 콩빈대떡 등 백령콩을 주 원료로 한 음식을 만든다. 굴순두부는 풋고추와 양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얹어 후룩후룩 마시듯이 먹을 수 있다.

 

쫄깃쫄깃한 백령굴과 부드러운 순두부의 맛이 절묘하다. 두부전골은 고춧가루 양념에 부추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먹는 맛으로 속을 확 풀어주는 음식이다. 찌개 안에 충분한 두부가 들어 있으므로 따로 모두부를 시켜먹을 필요가 없다.

 

다른 백령도식당의 단골메뉴인 빈대떡을 녹두가 아닌 콩을 갈아 만드는 것도 이 집의 자랑이다. 콩빈대떡은 이 집이 아니면 거의 맛 볼 수 없는 요리다. 백령콩은 청정한 백령도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 그 맛이 달고 고소하다. 해풍을 맞고 자란 쑥도 백령도에서 유명한 작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백령콩 전문음식점 '콩사랑 콩깍지'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효녀 심청이가 빠져 죽었다는 인당수 아래 위치한다.

 

 

/·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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