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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인천여행

가마우지가 전해준 백령도 이야기

by 김진국기자 2016. 9. 17.

백령도에 비가 내렸다. 첫사랑 같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빗줄기였다.

남북의 긴장이 팽팽한 지금,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괜찮을까. 지난 13일~14일 찾은 백령섬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였다. 그렇지만 이따금 총소리가 들렸고 학교에선 대피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주민은 "연평도 포격 이후 백령도 주민들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밤새 포격소리가 들리면 전쟁을 치르는 꿈을 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북의 사이가 굳어질 때마다 백령도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져가고 있었다.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란 말처럼 백령도의 풍광은 여전히 눈부셨다. 백령도엔 그렇게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침 7시50분 '하모니플라워'호를 타고 연안부두를 떠나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8분.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백령도를 찾은 것은 8년 만이었다. 그 때보다 배는 크고 빨라져 있었다. 신항에서 가까운 두부요리전문점에서 점심을 먹고 두무진으로 향했다.

두무진은 백령도를 찾는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다. 이 곳에선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이 헤엄치고 '가마우지'가 날아다닌다. 물범은 배를 타고 나가야 볼 수 있으나 절벽에 붙어있는 가마우지는 볼 수 있었다.  


두무진은 오랜 세월 파도가 깎아낸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이다. 해안절벽은 금강산의 만물상과 비견될 정도로 그 자태가 뛰어나다.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선대바위, 형제바위 등 이 곳의 바위는 인간세상의 여러 형상을 닮아 있다.

효녀 심청이의 전설이 살아 있는 심청각으로 향했다.

 


커다란 한옥건물과 치마를 높이들고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소녀상. 심청이는 그렇게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심청각을 등지고 앞쪽은 북한땅 장산곶이다. 날이 흐렸으므로 장산곶은 보이지 않았다.

바다와 육지, 하늘의 경계선마저 흐릿해 보였다. 장산곶은 지금의 남북관계처럼 희뿌연 비안개로 뒤덮인 모습이다.  

심청각은 청이와 관련한 전설을 품고 있다. 심청의 환생장면, 판소리, 영화와 책 등 심청이와 관련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2층은 전망대다. 2층에 올라가면 심청이의 전설과 백령도 이야기를 현지 주민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심청각에서 머물다 해변으로 이동했다. 백령도엔 비행기들이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고 단단한 모래로 이뤄진 해변과 조약돌이 넘쳐나는 해변이 있다.

천연기념물 391호인 사곶해변과 392호인 콩돌해안이다. 평평한 모래사장이 바다 쪽으로 길게 이어진 사곶해변은 깊이가 얕아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바다 쪽으로 한없이 들어가도 깊어지지 않는다. 폭 250m,길이 2.7km의 광활한 해수욕장인 사곶해변은 그러나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어떤 영향에 의한 조류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이 빠졌을 때, 이 곳에 오면 비단조개를 캐 올수도 있다. 

봄이 왔지만 백령도는 겨울이 아직 떠나지 못 한 채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가르며 콩돌해안으로 향했다. 백색, 갈색, 회색, 적갈색, 청회색 등 콩돌해안은 말그대로 크고 작은 무수한 조약돌로 넘쳐나는 곳이다. 사곶해변과는 달리 물이 깊어 수영을 하긴 어렵지만, 자갈찜질로 건강을 다지기엔 손색이 없다.  

태양에 달궈진 조약돌 위를 걷다보면 발을 타고 들어오는 열기에 온몸에 땀이 맺힌다. 온통 자갈밭이다보니 맨발로 걷는 촉감이 남다르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백령도는 최근 '흰나래길'을 조성, 트레킹도 하고 풍광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용기포맞이길, 점박이물범길, 심청마을길, 은빛사곶길, 오색콩돌길, 용트림바위길, 중화포구길, 백령수호길, 두무비경길 등 모두 9개 코스로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40분 정도 백령도의 속살을 보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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