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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온라인저널리즘 기사/2016인하저널리즘

'한방'이 맺어준 형제애

by 김진국기자 2016. 11. 10.

친구이자 버팀목


  누군가 내게 가족 중에 누구랑 제일 친해?”라고 물을 때면 나는 늘 내 동생이라고 대답한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 누구야?”라고 물어도 내 동생이다. 나는 그야말로 동생 껌딱지이다. 두 살 어린 남동생과는 얼굴도 닮지 않았고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남들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서로에게 털어놓고 고민상담을 한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우리도 여느 남매처럼 서로 컴퓨터를 오래 하겠다면서 다퉜고 주먹다짐을 해서 엄마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늘 다투던 우리가 지금처럼 친해진 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다녀왔습니다.” 이 날은 평소와 달리 동생이 인사만 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남동생은 밝고 애교가 많아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족들에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 날은 방에 들어가더니 식사시간이 될 때 까지 거실에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은 워낙 바쁘셨고, 동생의 기분을 알아챌 만큼의 여유가 없으셨지만 나는 남동생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너 솔직히 말해봐,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지?” 저녁 식사 후에 조용히 동생을 끌고와서 물었다.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던 동생은 왈칵 눈물을 흘렸다. “오늘.. 학교... 끝나고 운동장에서 축구하고있었는데...”  띄엄띄엄 동생은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에서 모르는 6학년 형에게 맞고왔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동생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동생은 부모님께만은 알리지 말아달라고 내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 상황에서도 부모님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이 3반까지만 있었기 때문에 동생이 말한 남학생이 누군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간 나는 그 남학생을 찾아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폭력 중에 가장 스케일이 컸던 것 같다. 늘 조용히 학교를 다녔던 여학생이 남학생을 때린 일이 알려져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교무실에 불려가서 반성문을 썼지만 다행히 동생이 먼저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다른 체벌은 받지 않았다. 나는 이 날 처음으로 반성문을 쓰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지만 내심 동생의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반성문을 다 쓰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와보니 책상 위에 쪽지가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직접 하기 민망했는지 동생이 적은 편지였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동생과 이때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 웃곤 한다. 마음이 약하고 어리던 동생은 벌써 훌쩍 커버렸고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내가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남동생이 역 앞으로 마중을 나온다. 늘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동생인데 마중 나온 동생의 뒷모습을 보니 든든한 울타리처럼 보인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동생과 일본 여행을 약속했는데,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더욱 기다려진다

 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