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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나의 길/시시콜콜한 이야기

가을비 결혼, 10주년

by 김진국기자 2016. 10. 23.

가을비 결혼.
10년 전인 2006년 10월 22일 결혼하던 날, 가을비가 내렸다.
공항으로 가는 내내 창밖의 가을비를 바라보며 마음 속에도 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결혼한 뒤 인천일보는 반으로 쪼개졌고, 휘청거리는 회사와 함께 나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고, 내겐 병마가 찾아들었다.
아이는커녕 사느냐마느냐의 갈림길까지 치달았다.

아내가 앓는 '마음의 감기'를 치유하고 마음을 돌리기까지 만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결혼 5년 만에 아내가 직장을 접고 마침내 '별'이를 가진 것이다. 고마웠다.

세은이가 태어난 뒤 아내와 내 사이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등을 돌리다 마주보고, 가끔은 한 곳을 함께 바라보다 또 다시 충돌하고….

그렇게 다시 5년.
결혼 10주년인 지난 10월 22일 우리 가족은 여행을 다녀왔다. 
10년 전 그날처럼, 여행 내내 가을비가 내렸다.
아내와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딸아이와 함께 계곡에서 잠자리채로 송사리를 잡았다.
이끼 낀 돌에 미끄러져 차가운 계곡물에 빠지기도 했다.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난 다음 날 이른 아침,
방 안에서 아내가 널브러지게 자고 있는 동안
딸아이를 안은 채 바다가 펼쳐진 베란다로 나와 가을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세은아 멋지지? 너도 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해"
"응, 아빠. 정말 멋져."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 때 마침 잠에서 깨어난 아내가 소리쳤다.
"야! 너희들 빨리 안 들어와? 감기 걸리고 싶어?"

깜짝 놀란 딸아이와 내가 혼비백산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가 소리를 지르면 딸아이와 나는 눈치보느라
정신이 혼미해진다.

10년 뒤 우리 가족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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